[성명] 최근 대구광역시 시립 H시설 비리 및 인권유린 의혹에 대한 우리의 입장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지시설 비리와 인권유린!
국가인권위와 대구시는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올바른 대책을 발표하라!
◯ 또 다시 복지시설 비리와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졌다. 장애인 거주시설인 S재활원, C재단 산하 A재활원, B요양원에 이어 권영진 시장 임기에만 벌써 3번째이다. 이번에는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시립 H시설이다. 이곳에는 자그마치 1,154명(노숙인재활시설(661명), 노숙인요양시설(244명), 정신요양시설(146명), 장애인거주시설(103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시, 언론사, 지역 시민단체 등에 접수된 익명의 투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2월부터는 정신장애인 입소자에 대한 종사자의 지속적인 폭행사실과 운영부실이 드러나며 대구시의 특별점검에서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법적 처벌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 8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남일보 기사에 따르면 H시설 내에서 ‘최근 2년 반 새 123명의 거주인이 사망한 사실’과 이것이 ‘단순사고로 처리 은폐’되는 문제, 지원받아야 할 장애인 생활인이 오히려 다른 장애인 생활인을 지원하는 식의 파행적인 운영(‘중증질환 시각장애인에게 병원 긴급후송 환자 보호 맡겼다’) 등의 사실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금일 8월 17일 영남일보는 ‘의혹 꼬리 무는 복지시설…“급식비 3억 횡령” 주장’이라는 기사를 통해 식자재 납품업체 거래장부 내역과 실제 가격·수량 등이 다르며, 확인이 가능한 ‘2012년 2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10개월간 총 3억1천507만9천442원의 급식비를 횡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 현재 대구시립 H시설의 문제는 대규모 수용시설의 구조적인 문제에서부터 서비스 질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 그 간 일어났었던 많은 시설 비리와 인권유린의 형태를 그대로 닮아있다. 종사자의 폭행에서 짐작할 수 있는 일상적인 내부 위계질서에서부터, 생활인 지원체계가 부실하여 생활인이 직접 생활인을 관리하게끔 하는 노동력 착취-비정상적인 서비스 제공 구조, 그로 인한 지원 소홀로 수많은 인원이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되는 인권유린의 악순환이 수 년 째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인원이 집단 수용된 형태에서 각 종 횡령과 갈취 등이 자행되는 연결고리에는 항상 생활인 개인의 각 종 수당, 주․부식비, 피복비, 냉․난방비, 의료비 등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H시설의 지금 비리의혹 역시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 H시설은 대구시의 ‘시립’ 복지시설이다. 1980년부터 36년째 대구 모 종교 법인이 수탁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수 십 년간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이제 사건이 되어 세상에 알려지려 하고 있다. 조사에 착수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앞으로 대구시의 입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해 12월 S재활원의 20년간의 장애인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 장애인의 금전 갈취와 부당 사용, 무연고 사망 거주인의 유류금품 부당처리, 시설보조금 유용 및 회계 부당 처리, 각종 부당 인사와 부적절한 예산 편성 등의 사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고작 ‘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미온적인 태도로 시설법인에 대해 주의, 경고, 개선명령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사건의 직접적인 관계자이기도 했던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그저 사퇴를 ‘권고’할 뿐이었다. 당시 대구 장애인계는 ‘이번 (대구시) 조치로는 그 어떤 변화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지금 또 다시 H시설 사건이 터졌다.
◯ 가두고, 착취하고, 약탈하고, 때리고, 짓밟고, 죽이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져야만 한다. 권영진 시장 임기 이 후, 그 동안 짓눌려 있었던 수많은 시설 비리와 인권유린의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H시설은 ‘시립’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대구시의 행보는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에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와 대구시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엄정하게 조사하고 명백하게 진상을 규명하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단순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권고하라!
하나, 대구시는 반복되는 시설 비리 및 인권유린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라!
하나, 대구시는 시설 거주 장애인을 위한 공적인 탈시설 지원 전담기구를 마련하라!
하나, 대구시는 대규모 집단 수용이 아닌 새로운 복지 지원체계를 구축하라!
2016년 8월 17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