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재_재)2·18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
대구에선 지하철 1호선과 관련한 대형 참사가 두 번 발생했다. 1995년 4월 28일 상인동지하철가스폭발참사와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화재참사이다. 각각 101명, 192명이 사망하고, 202명, 151명이 다친 엄청난 참사였다. 이 참사들의 발생원인은 모두 안전수칙이 유명무실하였거나 부실했고, 이 또한 지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안전보다 비용을 줄이는 게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반면교사 삼아 세상은 좀 나아져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참사 등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언론과 정부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참사가 발생했다면 초반에 명확한 원인 규명이 우선이지만 특정 몇몇을 참사 원인으로 몰아가는 초반 보도로 참사를 축소하려는 행태, 언론의 무분별한 이슈 속보로 참사의 본질과 원인은 무시되고, 조회 수를 늘리려는 속보 경쟁, 단독보도 경쟁이 여전하다.
여론 갈라치기도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이가 소풍 가다, 놀러 가다 난 교통사고라고 말하며, 일부 유튜버가 놀러 가다 죽은 것들이라 말하는 것을 그대로 보도하는 게 방송국인지, 조회 수만 늘리려는 유튜버 인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왜 세상이 이래 되어가나 한탄이 나올 정도로 힘이 빠지는 일들이 참사만 발생하면 겪게 된다.
업무로 인해 교육, 홍보 등으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은 대구지하철참사가 한 명의 방화범이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마스콘키를 뽑아 달아난(당시 언론 보도의 표현) 기관사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 참사 초반에 보도한 언론의 보도행태가 가장 큰 이유이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이후로 재난피해자, 지하철노조,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전국의 지하철 내부는 모두 불연재로 바뀌어 방화로 인해 1차 사망원인인 유독가스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없다 해도 무방하다. 좋은 소식이었긴 하지만 사람이 죽어 나가야 비로소 바뀌는 상황이 아쉬움을 넘어서 슬픈 일이기도 한 현실이다.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 그리하여 참사를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기본이 지켜지고,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 된다면 어이없는 참사들은 분명히 막을 수 있다.
나에게 일어날 수 있고, 나의 가족과 이웃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해보자.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을까?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그렇다면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함부로 말을 하고, 함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 옆에 있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정부, 언론,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하고픈 말이다. 너무 이상적인가?
※ 참사에 특정지역, 건물 등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이해를 위해 기존 방식으로 표기했음을 알립니다.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18호(202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