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_(사)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표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물리적인 공간이다. 좁은 의미로 보면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고민이고 넓은 의미로 보면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까지 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장애 이론>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장애를 가진 몸이 어느 공간이든 들어서게 되면 그것은 그 공간이 암시하고 있는 사회적 몸을 드러내 보이게 된다. 건축 환경의 치수와 그 환경이 선호하는 사회적 몸, 초대를 받지 못한 몸에 대조되는 내부로 들어오도록 초대를 받은 몸 사이에는 일대일의 대응 관계가 존재한다” 이 내용은 장애를 우리들의 살아가는 공간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읽어내고 있는 것 같아 자주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다.
몇 개월 전 출근길에 들었던 라디오 내용이 생각난다. 그 내용은 “어떤 운전자가 차를 운전하다가 앞에 가는 사람이 길을 비키지 않아서 시끄럽게 자동차 커넥터를 눌렀는데도 앞의 걸어가던 사람이 비키지 않아 욕을 하면서 지나갔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길을 비키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보다, 길을 비키지 않아서 답답했던 운전자의 마음이 더 이해가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길을 비키지 않았던 사람이 청각장애인이라면 문제의 각도와 내용은 달라진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국밥집에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을지라도 단 10센티의 문턱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다면 그 국밥집은 구수하고 인심 좋은 주인의 마인드와는 별개로 훨체어 장애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동시에 그 공간은 장애인을 선호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리고 어언 중에 그런 공간들이 주는 우리 의식의 저 깊숙한 곳에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는 느끼지만, 함께 할 구성원으로는 보지 않는 차별이 교묘하게 숨어 있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런 교묘한 차별이 우리 사회 공간 깊숙이 숨어 있기에 장애인들이 단체 행사를 하거나 나들이를 할 때면 생각보다 갈 곳이 없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한계를 가진다.
장애인을 위한 단체를 만들려면 단체가 있는 건물이 노유자 시설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이사를 하거나 입주할 수 있다. 또한, 노유자 시설을 만들려면 그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경사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음성안내기, 장애인 주차장 등등이 없는 건물을 만들어야 그 곳에 들어갈 수 있다. 이제는 이런 제도도 차별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만 이런 규정을 더 만들어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지어지는 모든 건물에 다양한 장애 유형을 염두하고 설계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지지 않은 몸과 정신을 아무런 인식 없이 정상적인 몸으로 간주하는 사회, 모든 시스템과 건축구조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몸에 맞추어져 장애를 가진 몸은 매우 이질적인 몸이 되는 사회. 그러면서 문제 인식을 미루거나 사회의 다수가 편한 쪽으로 문제를 생각하고 사회. 그런 사회 속에서 “베리어 프리”라는 가치를 가지고 문제 인식의 범위를 키우는 역할을 우리가 다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먼저는 바로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늘 이런 목소리를 낸다.
“다시, 어디서 시작할까?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하나?”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18호(202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