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_(사)인디053 대표
▶ 동성로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누가 뭐래도 동성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거리다. 쇼핑·음식·놀이·관광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문화공간이다. 젊은 멋쟁이들이 넘쳐나던 동성로가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
2019년 롯데영플라자 대구점이 폐점했고, 2020년 동아백화점 본점도 문을 닫았다. 동성로의 상징과 같았던 대구백화점 본점마저 2021년 영업을 종료하면서 동성로를 대표하던 대형 쇼핑시설이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성로의 공실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동성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1%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기간에는 14.5%였다. 1년 만에 6.5% 상승한 수치로, 이는 동성로 건물 5곳 중 1곳이 비어있는 셈이다.
▶ 동성로 르네상스=자가용 르네상스?
대구시는 침체돼 가는 동성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동성로 활성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른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관광 활성화·청년문화 부흥·골목경제·상권 활성화·도심 공간구조 개편 모두 4개 분야 13개 사업으로 구성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지난 1월 민·관 협의체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을 알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도 펼쳐지고 있다. 바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북편구간(중앙네거리~대구역네거리)의 해제다. 동성로 안에서 보행자와 자동차가 뒤엉킨 모습은 대구시민들에게 일상이다. 지금도 이런데 도심에 자동차를 더 넣겠다고 하고 있다. 도심에 사람은 어디 가고 없고, 자동차만 남아있다.
▶ 걷기 좋은 거리, 동성로를 꿈꾸며
일부 상인들과 개발업자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완전 해제와 자동차의 동성로 진입을 원활하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 참으로 근시안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잘 알 수 있는 세계적인 도시의 도심들은 대부분 도심에서 자동차를 몰아내고 있다.
뉴욕에서는 2009년 타임스퀘어 옆 브로드웨이의 한 구간에서 자동차 운행을 금지시킨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자동차가 점유하는 땅의 25%를 뉴욕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대구의 신천대로와 비슷한 세느강 우측 도로를 보행자 전용 거리로 만든 파리는 더 나아가 도보로 15분 안에 도시의 모든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도시들의 도심은 모두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 도시의 상권이 죽었냐고? 천만에.
뉴욕의 경우 보행자 교통사고를 빠르게 감소시켰고, 거리의 도보 교통량을 증가시키면서 작은 상권이 살아났고, ‘박물관도시’로 머물러 있던 파리는 ‘15분 도시’ 사업 후 역동적으로 변화한 모습을 올 7월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 보여주려 한다.
도심의 공간은 한정돼 있다. 한정된 공간을 자동차의 위협과 매연, 그리고 소음에 내어 줄 것인가? 아니면 그 공간을 아이들도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 자동차 가득한 동성로와 걷기 좋은 동성로.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자명하지 않은가?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17호(20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