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근_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1.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
작년 8월 여름의 끝 무렵 알고 지내는 서울의 모 단체 활동가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다.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에 참여하고 있고, 대구에도 지역대책위가 꾸려져 있는데 곧 간담회 차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오~ 그럼 그날 한번 뵙지요~”
#2. 8월 28일,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
대구대책위 간사단체를 맡고 있는 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하니, 전국대책위에서 오신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과 대구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의당과 인권실천시민행동, 그리고 피해 당사자들이 자리하고 계셨다.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으니, 참 무관심했구나 싶었다. 뒤풀이까지 이어진 자리에 함께 해주신 대구 피해자 모임 정태운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더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3. 월간 ‘함께하는 세상’ 313호 현장의 소리, 대구 피해자의 목소리를 싣다
대구대책위가 6월에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더 알리기 위해 복지연합 월간 ‘함께하는 세상’ 10월호(통권 313호)에 이 소식을 싣기로 했다. 그리고 정태운 대표가 흔쾌히 수락하였다. 기고문 제목이 ‘전세사기,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였다. 10여년 간 성실하게 일하고 종잣돈을 모아 주택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평범하지만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바랐던 한 사람의 꿈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평범했던 한 청년은 투사가 되었다.
#4. 복지연합, 대구대책위 공식 참여
8월 말 전국대책위 대구 간담회 이후, 10월 대구대책위 집행회의 참석으로 복지연합은 대구대책위 공식 참여를 시작했다. 늦었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반빈곤네트워크와 대구주거복지센터도 함께 참여하며 대구대책위가 보강되었다. 그리고 대구대책위는 11월 15일, 영남권 피해자 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하며 다시 한번 ‘파이팅!’ 하였다.
#5. ‘대구에 심상정이 떴다!’ 피해자의 절규, 그리고 유일하게 응답한 심상정 의원
영남권 피해자 기자회견 후 대구대책위는 바쁘게 움직였다. 문제해결을 위해 일주일에 두어번 대구와 서울을 왕복하던 정태운 대표에게 반가운 응답이 왔다. 심상정 의원이 전격 대구 방문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11월 24일 대구를 방문한 심 의원은 기자회견, 피해현장 방문, 칠곡신협 관계자 면담, 대구 피해자 간담회 등 독감에 걸린 상황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피해자들과 함께했다.
#6.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6개월, 반쪽짜리에도 모자란 특별법 개정 논의 시한 12월
2023년 6월 제정되어 7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은 6개월간 시행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개정논의 하기로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 특별법은 반쪽짜리에도 모자란다는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냈고, 그 개정 시한인 12월이 되었다.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특별법 개정 촉구 전국 동시다발 릴레이 1인 시위가 있었고, 12월 5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집회와 줌(Zoom) 온라인 연결 퍼포먼스도 있었다. 대구에도 추운 날씨였지만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7.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연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은 무산되었다. 아쉬움이 크지만, 그간의 활동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대구경북기독인연대에서 매년 성탄절을 맞아 개최하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함께했고, 12월 줄줄이 명도소송이 예정되어 있던 침산동 주택 사건을 담당하는 대구지방법원은 소송 기일을 2024년 3월까지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구시의회에서는 올 1월 뒤늦게나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가 발의되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정태운 대표는 먼저 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돕고 있다고 한다.
명도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고, 조례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연대할 것이다. 대구 피해자 모임 정태운 대표의 기고문 제목으로 시작한 이 글을 영화 ‘시민덕희’의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 목소리 내고, 지치더라도 멈추지 않으며 연대한다. 해결할 때까지 그리고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출처: 함께하는 세상 통권 317호(20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