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
낙동강 최상류 경북의 최북단 봉화군 석포면에는 50년 넘게 환경문제로 악명을 떨치는 공장이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이하 제련소)가 주인공이다. 제련소는 낙동강의 시작점인 강원도 태백시 황지연에서 불과 30여km 하류에 위치해 있으며, 제련소 90km 하류에는 안동댐이 있고, 경상남·북도와 대구시, 울산시, 부산시 1,300만 명의 국민이 낙동강 물을 식생활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제련소는 1970년 먹고사는 문제와 경제성장이 최우선 가치로 인식되던 시기에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연매출 1조 3~4천억 원과 단일 제련소로는 세계 4위 기업이다. 또한, 온산공단의 고려아연과 같이 국내 재계 서열 25위 권의 영풍그룹의 계열사이다. 낙동강 최상류 첩첩산골에 자리 잡은 제련소는 지리적인 여건과 여러 이유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2014년 제3공장 불법건축 문제로 ‘영풍제련소 제3공장 양성화 저지 봉화군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영풍제련소 주변환경 및 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한 제련소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영풍공화국‘으로 불리며 온갖 위·불법 행위와 중금속으로 주변과 낙동강을 오염시켜왔다. 제련소는 2013년 이후 10년 동안 적발된 위·불법 건수는 70건이 넘었으며, ‘대기오염 측정 조작’과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281억의 과징금 부과, 지하수 불법관정, 카드뮴 하천 유출, 폐수배출 시설 부적정 운영 등으로 조업정지 10일(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에 대해 불복 행정소송으로 조업정지 10일 확정 시행), 같은 법률 위반으로 조업정지 2개월(행정처분에 불복 행정소송 중) 등으로 위법 행위를 넘어 범죄행위까지 서슴치 않는 기업이다.
2018년 처음으로 정부에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여 ‘낙동강 상류(석포~안동댐) 환경관리협의회’를 구성하여 제련소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조사 한 결과, 제련소에서 하류 40km까지 하천 퇴적물 카드뮴의 제련소 ‘기여율’은 95.2%와 안동댐에 퇴적된 카드뮴의 64%로 나왔다. 또한, 산림에 미치는 제련소 기여율은 제련소 반경 1.1km 이내에는 88.6%, 반경 2.2km 이내에는 77.4%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환경부는 2022년 12월 28일 103가지 (세분류 253개) 조건부 통합환경허가(환경오염시설허가)를 해주었다. 조건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허가해 줄 수 없는 조건이 많다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인데도 환경부는 과학적 조사 결과를 외면하고 제련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3월 통합환경 첫 정밀 점검에서 허가 3개월 만에 여섯 건의 법령 위반이 적발되었다. 급기야 통합허가 1년 만인 12월 9일에는 정액공정 슬러지 탱크 모터 교체 작업에 투입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급성 아르신 가스(AsH3)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병원의 진단이다. 합동점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 언론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보호장구나 가스누출 감지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비소와 유독 가스가 나오는 상태에서 여섯 시간 동안 작업을 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제련소에서 아르신 가스 중독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7년과 2022년에도 아르신 가스 중독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련소는 작업환경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않음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
이런 부실하고 불법을 일삼으며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은 이제 퇴출을 시켜야 한다. 위에 열거한 범법행위를 차치하고라도 더 이상 아연 원광을 공급해 줄 광산이 폐광(연화광산 1993년)을 하여 외국에서 아연정광을 수입 제련하고 있다. 그리고, 낙동강 유역 1,300만 명 국민의 식·생활 용수인 낙동강 최상류라는 ‘최악의 입지’와 공장을 가동하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정화나 시설개선도 대책이 되지 못하는 오염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이 제련소를 폐쇄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통합환경허가를 재검토하고 주민 생계 대책과 제련소를 폐쇄·이전·복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임과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주장하는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316호(20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