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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생각]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권력기관의 반성 필요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대표변호사 사진

 

강수영_법무법인 맑은뜻 대표변호사

 지난 914일 밤 9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31세 역무원 전주환이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28세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했다. 신당역은 2호선 6호선 환승역이므로 평소에 오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 당시 피해자는 근무복을 입고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려던 참이었다. 전주환은 당일 신당역에서 무려 1시간이 넘게 피해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환은 이미 장기간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이미 고소를 당해서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된 상태였다. 범행을 한 날은 바로 그 사건 판결 선고를 하루 앞둔 날이었고, 검찰의 구형은 무려 징역 9년이었다. 전주환은 이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원치 않는 연락을 하면서 내 인생 망칠거냐는 취지로 합의를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 대개 이런 유사 사건들이 그렇듯이, 피해자의 신고와 가해자의 보복이 계속 반복되다가 이런 극단적인 비극이 일어나곤 한다. 유족들에 의하면, 전주환은 자기 혼자 피해자와 연인 사이라고 주장하고 생각했다고 하고, 피해자는 이를 계속 거절했다고 한다. 중형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합의를 해주지 않자,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전주환은 결국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전주환은 2년 가까이 수사를 받았었다. 2021년 이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는데, 당시 법원은 전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은 유죄판결이 아니고, 가둬놓고 수사받도록 할 것이냐, 아니면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수사를 받게 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70조를 보면, 구속사유가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3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주거가 일정치 않으면 도망할 염려가 당연히 크다. 만약 주거가 일정한 경우에는, 도망의 염려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범행의 중대성을 많이 볼 수밖에 없다. 벌금형을 받을 범죄에 있는 사람보다 징역 5, 6년형을 선고받을 죄를 지은 사람이 도망갈 우려가 당연히 크다. 증거 인멸의 우려는,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나 증인에 대한 복수 우려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증거 중에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피해자 또는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번 범행을 많이 한 사람은 당연히 재범할 가능성이 높고, 풀어줬다간 피해자나 목격자에게 해코지할 우려가 있다. 전주환의 경우, 검찰이 9년 형을 구형할 정도면 매우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었다. 게다가 몇 년동안 스토킹을 계속 한 사람, 신고가 이미 여러 번 되었는데도 범행을 반복했다면 당연히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봐야 했다. 결국 전주환이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우려됐던 끔찍한 범행이 일어난 것이다. 얼마 전 법원은 신분이 확실하고 정부가 증거를 보관하고 있는데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주환에게 속은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한편 오랜 숙의 끝에 스토킹처벌법이 시행이 되었는데도 이 법이 중범죄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는 피해자와 합의만 되면 절대로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면책규정이 있다. 국회가 그런 규정을 입법할 때에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선량한 뜻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규정 때문에, 가해자들이 합의해달라고 피해자를 더 협박하고 쫓아다니는 일이 오히려 더 일어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을 의도치 않게 조장하는 꼴이다. 입법을 제안하는 정부든, 입법을 하는 국회든, 그 법에 따라 재판을 하는 사법부든, 모두가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피해자의 죽음 앞에 분명 반성할 일이 있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211월호 통권 302

 

 

이    름 :복지연합
날    짜 :2022-11-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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