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주_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2021년 7월 1일부터 대구에도 자치경찰제가 시행된다. 국가경찰 중심이었던 경찰제도의 큰 변화는 시민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기존의 제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구에서도 몇몇 단체가 지난 2일 ‘자치경찰제, 시민의 경찰이 되기 위한 과제’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어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의 준비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도 시행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 단위로 경찰권을 부여하여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의 설치 및 유지, 운영에 관한 책임을 담당하고 치안업무를 하는 제도이다. 자치경찰제의 도입 논의는 91년 지방자치제도 시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공약이었다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98년 경찰청 내에 경찰개혁위원회가 설치되고 제도시행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 7월 1일 경찰 역사상 60년 만에 제주자치경찰이 출범 시행되어 자치경찰제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었다. 특히 수사권이 없는 제주자치경찰에 대한 평가로 현행 자치경찰제는 일부 수사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듯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 내지 지방분권의 필요성에서 논의되다가 현정부 들어 검·경의 수사권 조정의 연계선상에서 이루어 시행에 이르게 되었다.
자치경찰제도 시행에서 달라지는 것은 국가경찰의 사무와 자치경찰의 사무를 나누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국가경찰 사무는 공공안녕과 질서 유지, 경비·요인경호, 대테러·대간첩 작전 수행, 범죄 예방·진압 수사이며, 자치경찰 사무는 기존 경찰제도하에서의 생활안전과에서 담당하던 일과 교통, 여성청소년과의 업무인 학교 폭력, 가정폭력·아동학대 범죄, 성폭력 범죄, 경범죄, 가출인 실종아동 관련 범죄에 등에 대한 수사사무이다. 전체 수사사무는 대체로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담당하나 자치경찰은 위에 언급된 내용에 대한 일부 수사사무를 맡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운영을 위한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만들어진다. 국가경찰위원회는 독립된 기구로 국가경찰의 예산 편성권과 치안 정책 수립, 경찰 업무·행정 등의 처리 기준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가지며 7명으로 구성되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의 사무를 관장하는 합의체 행정기관으로 7명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위에서 추천한 2명, 대구시의회 추천 2명, 국가경찰위원회 추천 1명, 대구시교육감 추천 1명, 대구시장 지명 1명으로 임명 권한은 지자체 단체장이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경찰 권력의 미흡한 분산 문제와 자치경찰에 대한 국가경찰의 과도한 지휘감독권, 지역치안주체의 이원화, 범죄수사의 이원화 문제 등이다. 대구지역에서 우려되는 것은 지역정치와의 미분리 문제일 것이다.
자치경찰은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 ‘한지붕 세 가족’의 체제이다. 별도의 조직 신설 없이 현 경찰조직을 유지하면서 사무를 구분하고 경찰의 국가직 신분을 유지한 결과이다. 지휘체계의 혼선으로 현장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을 위한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 보장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치경찰시민위원회와 주민옴부즈만 제도, 주민참여형 자치경찰예산제 도입이 제안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을 바탕으로 경기도에서는 자치경찰조례에 정치중립과 불가침의 인권보호, 감사 시 외부전문가 포함, 인권옴부즈만 제도를 반영하였다고 한다. 대구시 조례는 정부의 표준조례를 그대로 한 내용으로 추가논의와 수정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젠더기반 폭력 사건을 다루게 되는 자치경찰의 젠더인식을 높이기 위한 방도와 자체적으로 수립되어야 하는 젠더기반 폭력예방 계획안에 대한 현장전문가 참여도 필요하다. 이미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지역 경찰의 비전문적 대응이 현장에서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된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시계는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 더 나은 제도 정착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1년 4월호 통권 28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