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_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2019년 11월 권영진 대구시장의 제안과 12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추진의지 표명으로 시작되었고, 공론화 관련 논의는 2020년 9월 21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는 2021년 4월 숙의형 공론조사, 7~8월 주민투표를 실시해 행정통합 찬반을 묻고 11월 국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을 제정한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정부의 장을 뽑아 2022년 7월 대구경북 통합 지방정부를 공식 출범시키는 행정통합 일정을 제시하였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구성 이후,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행정통합 방안, 공론화위원회 운영과 관련 다양한 견해차가 발생하고, 정치권, 지자체, 시민사회, 의회 등 각계에서 갈등이 표출되어 왔다.
공론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민주성, 공정성, 투명성, 대표성, 숙의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공정성, 숙의성, 민주성의 측면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과정에 관한 여러 가지 입장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형성이란 자기 목적이 아니라 시도가 설정한 행정통합이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추진기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다. 공론화위원회의 핵심적 역할은 시도민에게 다양한 논의 공간을 제공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에 이르게 하는 균형자이자 안내자 역할을 했어야 했다. 둘째, 공론화 제안은 시도지사가 할 수 있으나,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은 사안의 성격, 이해관계자 구성, 논의 주제, 갈등 구조 등을 충분히 고려되었어야 했으나, 이러한 과정을 생략했다는 비판이다. 셋째, 행정통합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논의 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정통합 방안이 아니라, 행정통합 여부가 핵심적인 논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째, 논의 순서, 논의기간, 주민투표 등 공론화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도민중심 공론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시도민 의견수렴과정 없이 의제, 공론화 프로세스 등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의 기간과 관련해서도 의제와 논의 주제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 종료시점을 2022년 7월 이전으로 정한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공론화 논의 기간은 의제의 내용과 성격, 규모 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다섯째, 의회 소외에 관한 것이다. 행정통합은 시도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며, 수많은 제도 변경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민의의 전당인 의회를 배제한 채, 행정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 가는 것은 대의제에 대한 부정이고 공론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의미 있게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론화 제안자의 중립성과 공정성 유지가 중요하다. 성공한 공론화는 제안자인 공공기관장이 공론화 과정에서 공정성·중립성을 지켰고, 이런 태도가 논의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인 요인이 되었다. 둘째, 핵심당사자간 상호 이해와 사전협의와 합의다. 공론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핵심 당사자 간 공론화 대상, 목표, 방식, 논의 결과의 효력 등에 대한 합의이다. 핵심 이해관계자가 여러 차례 사전 논의를 진행하면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공론화 대상, 논의 방식, 논의 결과의 효력, 의사결정 방식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사전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사전 준비와 창의적 설계가 필요하다. 사전 준비가 필요한 까닭은 핵심 당사자 간에 사전합의와 공론화 과정에 대한 설계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핵심적인 이해관계자 간에 소통의 과정이며,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공론화 방향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과정에서 위원회 참가자 구성과 토론회 진행의 공정성, 시도민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이해하고 토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와 시간, 기회를 제공하는 숙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공론화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시도민중심 공론문화를 지역사회에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1년 4월호 통권 28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