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을 아시나요?
‘회원 초대석’ 세 번째 초대 회원은 표주현 회원입니다. 표주현 회원은 2021년 4월에 회원으로 가입했고, 현재 ‘한몸그룹홈’ 대표이자 ‘대구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질문 1> ‘공동생활가정’이라고도 하고, ‘아동·청소년그룹홈’이라고도 하는데, 용어부터 매우 생소합니다. 먼저, 본인 소개와 더불어 독자들을 위해 용어부터 간단하게 정리해주시죠.
안녕하세요 한몸그룹홈 시설장 표주현 사회복지사입니다. 그룹홈은 대안가정의 형태로 운영되는 소규모생활복지시설입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며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돕습니다. 우리 엄마·이모·삼촌(그룹홈 종사자 호칭)들이 부모의 역할과 복지사의 역할을 모두 감당합니다. 방문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집이랑 같구나.’라고 하고 때론 ‘우리집보다 더 좋네.’라고 칭찬도 해주십니다. 흔히들 그룹홈이라고 소개합니다만, 법적 명칭을 사용할 땐 공동생활가정이라고 씁니다. 저희는 아동·청소년 대상이기에 아동그룹홈입니다.
<질문 2> 아동그룹홈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일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아동은?
대학생 시절 목욕 봉사를 하면서 한몸그룹홈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7년 박소영 선생님께서 한몸그룹홈을 시작하셨고 남자아이들과 놀아주기, 목욕하기가 필요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박소영 선생님께서 저에게 사회복지사의 길을 보여주셨고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회복지를 복수 전공하여 졸업 후 지금 그룹홈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지금 성인이 되어서 찾아올 때 아주 보람을 느낍니다.
<질문 3> 일하면서 경제적, 또는 아이들과의 관계 등에서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때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자 시작한 일이기에 힘을 들었어도 아이들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힘겹게 버티면서 온 친구들이고 종착지로 그룹홈에 왔는데 성인이 될 때까지 저라도 버텨주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아동그룹홈 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되었지만, 초창기는 아주 힘들었습니다. 24시간 근무하는 생활시설임에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기준 자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했습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과 함께 하면서 처우개선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 한몸의 아이들과 함께
<질문 4> 독자들이 아동그룹홈과 아동복지시설를 구분하기 싶지 않아요. 구분을 하자면?
아동그룹홈과 아동복지시설은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갈라지지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아동양육, 복지행정 등 대부분의 일은 유사하나 규모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동그룹홈은 지역사회 안에서 최대 7명 이하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어 외부에서 보면 그룹홈인지 일반가정인지 알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아동복지시설은 규모가 커 외부에서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생활하는 아이들은 상황에 따라 아동그룹홈, 아동복지시설로 가는 것이지 별도의 다른 기준은 없습니다. 요즘은 과거보다 학대피해아동 의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아동그룹홈의 복지사는 양육, 가사, 행정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인 업무를 감당하고 있어 노동강도는 상대적으로 센 반면 임금은 낮은 것도 현실입니다.
<질문 5> 2018년 경, 국가인권위에 직접 차별시정을 요구하셨는데, 그때 핵심 내용은 무엇이고 어느 정도 개선되었나요?
위의 질문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동그룹홈과 아동복지지설에 종사하는 자격은 같습니다. 자격도 갖고 동일한 일을 하는데 수년째 임금에 대한 차별이 있었습니다. 그룹홈은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못했고 일정 수준의 모호한 기준으로 급여가 지급되었습니다. 인권위에서 차별시정 권고가 발표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후 각 지자체에서 별도 임금제를 만들고 시행하여 개선되었습니다만 일부 부족한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아동그룹홈의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질문 6>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등을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하셨는데, 직접 부딪치면서 경험하니 어떤가요?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발버둥친 것 같습니다.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인데도 주눅 들었고 힘들었습니다. 아동그룹홈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아동그룹홈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면서 처우개선 하도록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많이 찾아갔습니다. 이 과정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당사자인 아동그룹홈 종사자들이 직접 처우개선 목소리를 내다보니 대구아동그룹홈이 더욱 단련되고 단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7> 개인적 질문입니다.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는?
▲ 한몸 아동과 이월드에서
대부분 그룹홈의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아이들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딱히 자신에게 신경 쓰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개인 버킷리스트 물음에 바로 대답하기 어렵고 머뭇거리게 됩니다. 개인적인 버킷리스트는 아니지만, 한가지 뽑자면 제가 그룹홈 아이들과 올해 해외여행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장을 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도 여행을 통해 쉼을 얻고 싶습니다.
<질문 8> 마지막으로 못다한 얘기 중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저는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일개 회원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아동그룹홈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에 목소리를 내도록 우리복지시민연합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없었다면 저희 아동그룹홈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더욱 귀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동그룹홈이 귀한 아이들 더욱 잘 키울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딸과 함께
* 출처 : 우리복지시민연합 발간 월간 <함께하는세상> 통권 318호(2024년 3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