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_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4대강 사업 초기에 이 나라에 무수히 많은 수질 전문가, 녹조 전문가, 강 전문가들이 일제히 “4대강 사업은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다. 당장 그만 두라!”고 외쳤으면 어쨌을까? 만약 이 나라의 관련 교수들이 일제히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비판하면서 정권의 손짓에 고개를 외면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문가들은 침묵했고, 학자들은 곡학아세하기에 바빴다. 대한하천학회의 일부 교수집단이 남아 저항을 했지만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었다. 권력은 강고했고, 일사분란 했으며 주도면밀하게 나아갔
다. 그 결과, 4대강엔 16개의 댐이 들었으며, 댐들에 가로막힌 4대강은 매년 초여름이면 맹독성물질을 내뿜는 남조류가 대량으로 증식하는 녹조 배양소로 전락해버렸다. 환경당국은 4대강 보 준공이후 내내 이상고온 현상 운운하면서 보와 녹조와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려 했지만 결국 환경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녹조가 위험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독성물질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간에 치명적인 맹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내뿜는데, 이는 청산가리의 10배에 해당하는 맹독이다. 이런 맹독성물질이 우리 식수원 낙동강에서 증식을 하고 있으니 심각할 수밖에 없다.(이 맹독성 물질로 인해 서구에서는 물고기, 가축, 야생동물 심지어 사람이 사망하는 사례까지 보고됨.)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진단해줄 전문가나 학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아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4대강 사업 기간 중에 이 사업의 허구성을 낱낱이 고해줄 전문가가 안 나서더니, 4대강 사업 이후에는 이를 뒷받침해줄 정부의 연구결과를 검증해 줄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국내에서 녹조가 이렇게 심각한 지경이지만, 조사연구는 환경부 산하 물환경연구소만 행하고 있다. 이른바 크로스체크를 할 전문가나 전문가그룹이 없는 것이다. 환경단체에서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현실을 진단해줄 전문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신슈대학 박호동 교수와 구마모토보건대학의 다키하시 토루 교수를 만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두 교수는 일본 현지의 녹조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이고, 한국에도 자주 방문해 한국 녹조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이 분들의 조사로 낙동강에서 먹는 물 기준치(WHO 일일 허용 기준치는 1ppb)의 467배의 독성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조직이 견고해 물을 끓여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어류에도 전이가 되고, 심지어 농작물에까지 전이가 되기 때문에 대단히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자, 지금 영남 1300만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맹독성물질로 들끓고 있다. 이를 어쩔 것인가? 낙동강은 식수원이다. 식수원부터 살려 놓일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전문가들이여, 나서 달라!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8월호 통권 23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