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복_미래복지사회연구소장
교육은 百年之大計라 하였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40여 년 전 초등학교 교육을 받을 때는 공부라는 것이 어렵지도 않았고 학교는 놀이의 장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갔어도 공부라는 의미보다는 친구라는 의미가 컸던 곳이 학교였다.
지금은 자식이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을 보면 물리적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것은 경제적 수준이 그 당시와 비교하여 상상 이상으로 향상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반에 60여명이 쓰던 교실에서 이제는 2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미래영화에서나 보던 냉난방 시설과 시청각 시설은 어디에나 있다.
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6시에 일어나 7시부터 밤 11시까지 책과 씨름하고 시험이라도 치면 새벽 2시는 보통이다. 주말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우리 아이는 행복할까? 걱정이다. 아이들의 행복과 관련된 국제적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꼴지를 면치 못한다. 조사결과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광적인 교육!’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교육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의지대로 교육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지금의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어린이집부터 사교육이 시작되어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 부모가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웃의 어떤 가정은 한 아이를 키우는데 전체수익의 반을 투자한다. 아이 둘만 있으면 100만 원은 쉽게 사교육비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해서라도 아이들 모두의 행복이 보장된다면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중의 1%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를 바라며 블랙홀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며 형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아이 낳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이 육아와 교육에 들어가는 것을 아는데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물론 예외는 있다.
2014년 JTBC의 앵커브리핑에서 어느 소년의 작문이 소개된 적이 있다. “나는 사립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국제중학교를 가고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해서 하버드대학을 갈거다. 그래 그래서 내가 정말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부모가 시키는 교육을 받고 하버드까지는 가겠지만 졸업을 하면 본인의 꿈인 미용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본인의 꿈과는 아무 상관없이 무조건 교육은 받아야 되고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착각에 빠져있다.
우리는 어떤 나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일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 바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우리가 사회보험과 세금을 수입의 25%정도 내고 있다면 교육과 노후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북유럽국가의 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보육
도 교육도 노후도 모두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국가는 무엇을 책임져주는 것일까?
우리가 접한 뉴스만 보더라도 원자력납품비리, 방산비리 등과 부실 경영 대기업들의 재생 등에 나가는 돈만 건당 수조, 수천억, 수백억 원이다. 우리 서민들의 수입이 육아와 교육에만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면 노후는 지금처럼 개인이 책임져도 된다. 우리의 자녀들이 더 이상 사회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제 아이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기기 위해서는 학원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공동체에서 더불어 사는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한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7월호 통권 23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