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식 _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대구시청 앞 천막농성 34일째인 5월2일 대구희망원대책위와 대구시는 대구시립희망원 사태해결을 위한 합의서에 사인했다. 희망원 사태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지 9개월 만에 사건 해결의 단초를 극적으로 마련한 셈이다. 이번 합의는 큰 틀에서 희망원의 운영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대구시의 주요 합의내용은 ① 희망원 내 4개 시설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글라라의집(장애인시설) 2018년 폐쇄와 타용도 전환(거주시설 제외) ② 2018년까지 희망원 거주인 70명이상 탈시설, 이를 위한 상담조사 실시 ③ 2017년 7월 장애인복지과에 ‘탈시설자립지원팀’ 설치하여 공공전달체계 강화 ④ 1회 3년 민간위탁 후 대구시 출자출연기관인 대구복지재단을 통한 희망원 운영, ⑤ 희망원 운영방향에 대해 상시 협의하고 관련 기구에 참여를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앞서 대구희망원대책위는 4월29일 희망원 운영재단인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과 5월12일까지 작년 10월13일 대국민사과 때 사표를 제출한 원장신부 등 간부 23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행정처리를 완료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왜 대구시와 천주교대구대교구 두 곳과 합의했어야만 했을까? 그것은 대구시와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게임을 해 왔기 때문이다. 희망원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희망원측은 처음부터 거짓사과와 문서파쇄, 증거인멸, 조작으로 일관했고, 대구시는 형식적인 감사로 시늉만 냈다. 국가인권위 조사와 검찰수사에서 일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아직도 희망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횡령사건은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다.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지만, 알려진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대형복지참사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운영재단인 천주교대구대교구도와 운영주체인 대구시는 상호 교감속에 희망원을 다른 민간으로 재빨리 넘겨 사태를 수습
하려고만 했다. 이렇게 되면 범죄시설에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게 되어 두 곳과 합의하게 된 것이다.
작년 10월 사건초기에 천주교대구대교구는 쇄신위원회를 구성했고, 대구시도 올 3월 감사결과 혁신대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쇄신위원회는 문제해결을 기대했던 시민사회단체를 완전히 기만, 우롱했고, 대구시의 혁신은 유착, 무능, 무책임을 포장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이 사태 해결과정에서 대구시는 그야말로 숟가락만 얹혔다. 공범도 아니고 주범인데... 대구시와 천주교대구대교구 모두 무능, 무기력, 무책임에 거짓말까지 몹시 닯았다. 합의서 이행이라도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서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5월호 통권 23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