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환 _ 우리복지시민연합 운영위원
최근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3단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2단계로 확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법률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그 이유는 차기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으로 안을 부담을 우려한 것이라 한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중심으로 재편하고, 그동안 무임승차 논란이 빚어졌던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강화하여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고 건강보험료를 부담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또한 평가소득이나 자동차,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이고, 그 대신 최저보험료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내용이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부정적이기까지 하다. 건강보험은 우리사회를 지키고 있는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능력에 따른 부담과 필요를 충족시키는 급여’가 제도의 목표이다. 능력에 비해 과다한 보험료 부담으로 실질적인 건강보험의 사각지대가 형성된다든지, 필요한 급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제도의 취지는 퇴색될 것이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이러한 부분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거기에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할 것 같다. 우선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나 국회의 인식이 건강보험의 원칙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 의료보험 통합 이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논의는 계속되었으나, 보험료 부담자인 가입자들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된 적은 없다. 이해관계가 대립될 수밖에 없는 소득계층간의 합의 없이 시행된다면 특정 소득계층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편안의 모태인 지난 1월 발표한 정부의 설명 자료에는 구체적인 보험료 구간별 등급표가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보험료 변동기준을 확인할 수도 없다.
또한 이번 개편안으로 건강보험재정은 대규모의 적자발생을 예고하고 있다. 앞선 정부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시행 첫해 약 9천억 원의 적자,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최종년도 이후에는 매년 약 2조 3천억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의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법령에 규정된 국고보조금 규모를 2016년도에 2천억 이상 삭감하였다. 뿐만 아니라 향후 국고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삭감하려고 하고 있다. 더구나 종전에 국가가 부담하던 예방접종비용이나 임산부 관리사업의 비용 등도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재정에 떠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책임져야할 절대빈곤층의 공공부조까지 건강보험으로 떠넘기고 있어 건강보험의 재정 압박은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국회의 확실한 대응책이 없음도 물론이다.
개편된 보험료 부과체계에서도 정부의 소득파악 의지부재 등으로 형평부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설명 자료에서조차 소득 종류별 파악률의 차이가 현격함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 중심의 개편된 부과체계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필요를 충족시키는 급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능력에 따른 부담’보다 더 심각하다. 건강보험은 병원비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로 한번 중병에 걸리면 가계 부담이 과중하다. 이에 국민들은 실비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방법으로 개인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래의 한국사회는 노령화 현상 등으로 자연스럽게 높아질 건강보험급여비용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미래를 슬기롭게 준비하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때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국민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을수록 제대로 된 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4월호 통권 23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