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배 _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거대한 부분의 아주 작은 점 하나에 가깝다. 2017년 정부예산의 총지출규모 400.7조 중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고작 0.41%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예산에서도 2%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구 250만의 삶이 여기에 좌우된다. 한국의 GDP 대비 장애인 복지 지출 비중은 0.49%로 OECD 회원국 중 뒤에서 세 번째이다(뒤에는 터키(0.28%), 멕시코(0.06%)). 한 국가의 부끄러운 장애인 예산 총량, 이것이 고질적인 첫 번째 문제다.
가까운 내년의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된 소득, 활동지원,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발달장애인 지원 등에 관계된 예산이다. 확대되기는커녕 실제로는 후퇴하거나 실종되었다. 제도의 부실로 인해 수많은 중증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던 제도,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자연증가분 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사실상 삭감되었다. 현재 이 제도는 정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1~2급 중증장애인의 40.9%만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2016년 복지부는 6만1천명을 예상하였으나, 7월에 이미 이용자가 6만3천 명을 넘어섰다. 매해 평균 6천 명 이상이 제도에 진입하고있다. 그러나 정부는 또 다시 내년도 이용자 수를 6만 3천 명으로 책정했다.
정부사업임에도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당 수가는 최저임금의 인상률조차 반영하지 않았다.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과 중개기관의 서비스 제공 조건 질이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활동보조인과 중개기관 사이에 누가 더 피해를 감수할 것인지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중증장애인의 삶이 피폐해 지는 것으로 귀결될 것임이 자명하다.
이 외에도 발달장애인과 장애인부모의 염원을 담았던 발달장애인법의 온전한 실행은 여전히 더딜 전망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평생교육, 지역사회 전환서비스,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10년 째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사정이 심각해지긴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유일한 민간 기관이지만 물가반영 없이 10년 째 동결되어 오던 비현실적인 예산이 내년에는 오히려 5% 삭감되었다. 만성적인 빈곤 상태를 벗어나기 힘든 중증장애인의 생활안정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연금은 올해보다 ‘200원’ 올랐다.
반면에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하는 서비스 지원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을 위한 예산이 매년 20억 규모씩 증액되고 있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 수용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은 올해보다 180억 원이나 증액되었다.
△ 2017년 장애인 예산 확보를 위해 청와대 앞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을 점거하여 농성하는 중증장애인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지난 2014년 10월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한국의1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하고, 이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발표했었다. 중심적인 것은 정책 방향의 전환이었다. ‘장애인 시설 및 거주자 수의 증가에서 나타나듯이, 탈시설화 전략이 효율적이지 않고 장애인의 지역사회동참을 위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으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동참을 위한 정책(활동보조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지원서비스)이 부족함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2017년 예산에서 정반대의 방향으로 스스로 달려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내년에는 얼마나 많은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가 또 고통스러운 한 해를 견뎌야 하는 것일까. 그들의 그 사소한 점 놀림에 얼마나 많은 삶이 피폐해지고 유린당할까. 벌써부터 암담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두고 ‘맞춤형 복지’라 제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정부의 내년도 장애인 예산은 당사자들에겐‘ 살인’일 뿐이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10월호 통권 22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