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복 _ 미래복지사회연구소장
지난 몇 년간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에 관심을 갖고 토론회와 용역, 시책 개편 등의 노력을 통해 조금은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복지사를 자주 만난다. 지역 사회복지관의 신입직원은 예년 복지사들 보다 초임이 적어졌다고 한다. 법인전입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 사회복지사 임금개편에 따라 새로운 임금체계를 적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사의 임금을 평준화시키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하향 평준화되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경력이 있는 복지사도 타기관과의 평준화를 위하여 몇 년간 임금이 동결된다고 한다. 그동안 열악한 임금수준에 있던 사회복지시설의 복지사는 임금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복지사들은 앞으로 몇 년간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공무원 수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임금 외에 야근이나 주말근무 해결, 민주적인 의사결정체계, 직원지원제도나 프로그램 등이 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신입직원 채용 면접을 봤다. 그 중 한명은 사회복지학과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인이용시설에서 몇 개월 경력을 가진 지원자였다. 면접 중에 그 사회복지사가 첫 직장에서 안타까운 상황을 경험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로 큰 포부를 가지고 입사했는데 야간이나 주말에 시간외 근무도 많았고 그 와중에 비공식적인 회식도 많아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사의 강요에 빠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급여도 최저임금 조금 넘는 상황에서 매달 후원금을 내도록 했고 연말에는 법인 후원행사 티켓을 20만원어치 구매하도록 하여 월급에서 제하고 강제나 다름없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첫 근무지라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사회복지법인이 이렇게 비합리적인 운영을 한다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5개월 만에 사표를 쓰게 된 것이다. 그 복지사의 아픈 경험을 씻어주기 위해 채용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이나 전 직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고 강한 의지도 보이지 않아 면접위원들의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그 사회복지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채용되지도 못한 사람에게 연락해서 보자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란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서 공공의 복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급여도 적을 뿐 아니라 대민업무에 시달리고 꿈을 주어야 할 직장조직이 오히려 힘들게 한다면 신입 복지사들은 희망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회복지기관이 극소수이길 바랄뿐이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사회복지기관도 있고 꿈을 키워주는 직장도 있으니 전 직장의 경험을 기반으로 어느 직장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나름 노력했고 현재는 일과 가정을 균형있게 양립할 수 있는 사회복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사협회, 법인협회, 복지관협회와 일가정양립 실천 MOU를 채결하였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현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사는 이미 전문가인데, 언제 그들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3월호 통권 23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