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과 비움 <심지영 회원>
가끔 시내에서 약속을 잡으면 한두 시간 일찍 출발해 서점에 들르곤 한다. 서점 로비에 진열된 책을 둘러보다보면 문화흐름과 생활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요즘 나는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책들에 자꾸 시선이 간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단순함, 비움, 버리는 삶을 지향하면서도 관련 책들을 사들이는데 눈독을 들이다니, 삶 자체가 모순이다.
집 냉장고 속에는 사놓고 먹지 않아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들이 즐비하고, 옷과 가방, 신발들은 이미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유행을 따라 사들여 옷장가득 채우고 있다.
인간관계와 일도 마찬가지이다. 결과는 단순함의 진리를 초월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과정을 살펴보면 어지럽고 복잡하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소유하려 할까?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되면 행복해지니까?
내 생각에는 불행이란 소유의 욕망에서부터 생겨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소유함에 쉽사리 만족하지 않는다. 남이 가진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스스로를 비교열위에 놓고, 지금의 삶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다.
온전히 행복하기 위해, 만족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버리고 비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안 입는 옷이나 신발, 아니면 무심코 모아놓은 생수병 뚜껑이라도 하루에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복잡한 인간관계도, 어렵게 꼬인 일도, 필요이상의 체중도, 쓸데없는 마음속 걱정도 조금 씩, 조금 씩 비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함께 나누는 기쁨에 대하여 <정현오 회원>
식을 줄 모르는 7월의 열기가 저녁까지 이어지는 한 여름의 어느 날, 맥주 잔치 한번 해 볼까? 하는 가벼운 의제에서 출발한 안건이 저를 복지연합 주방에 서게 하였습니다.
메뉴 선정에서부터 손질하고 다듬는 과정까지, 예정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손놀림이 바빠졌고, 지지고, 조리고, 달구어진 팬에 기름을 둘러 튀겨내는 음식 준비 과정으로 오랜만에 복지연합 사무실과 마당은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것은 참 유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바를 조금씩 나누어 공동체가 큰 힘을 발휘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사람을 모으고, 이어가는 신기한 뒷심을 발휘 할 때가 있습니다. 회원 맥주 페스티발이 있는 그 날도 역시 그랬습니다. 호기로 시작한 주방에 도움을 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카리타스남구보금자리 이기연 원장님, 서구종합사회복지관 황병윤 팀장, 그리고 미처 성함을 기억하지 못해 죄송스럽지만 설거지와 뒷정리를 도와주신 복지연합 회원님들의 도움이 이어져 나갔고, 유쾌함과 나눔의 즐거움이 마음속에 가득 자리 잡게 해 주었습니다.
한 번 해 보니 할 만 하다고 해야 할까요? 다음에는 이렇게 해 보자는 생각에 그날 밤 자다 말고 수첩에 몇 자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맥주 축제로 하나 된 복지연합 회원들의 마음은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들의 값진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닥 솜씨 없는 음식을 맛있게 드셔주신 모든 분들과, 주방에서 동고동락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시민이 주인이 되는 복지, 복지연합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다음에도 불러주시면 냉큼 달려가겠습니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8월호 통권 22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