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이 대구MBC 라디오 ‘여론현장’에 출연하여 약 10분 간 방송한 내용을 중심으로 추가 재편집했습니다.
지난 주를 여는 2월 26일이 바로 송파 세모녀 사건의 10주기였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반지하방에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세모녀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비극적인 사건이었는데요,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빈곤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있구요, 그들에게 필요한 법과 제도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비극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일텐데요,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서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방법의 모색이 필요합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오병근 정책실장 오늘 연결해보겠습니다.
Q1. 송파 세모녀 사건이 일어난 게 벌써 10년전이군요. 2014년에 일어난 비극이었죠?
네, 2014년 2월 26일,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으로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과 주인집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긴 송파 세모녀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송파 세 모녀의 소득은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임금 약 150만원이 전부였지만, 어머니가 퇴근길에 다쳐 실직한 이후 가구소득이 그마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으나 진료 기록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둘째 딸은 정기적인 소득이 없고 신용불량 상태였던 것으로 보아 취업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Q2. 2014년 2월에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고, 사회적 반향도 무척 컸습니다. 정부도‘송파 세 모녀 법’이라고 해서 관련 법안을 개정하거나 새로 제정하기도 했었죠?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의 골자는 무엇인가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최저생계비라는 단일기준의 통합급여 방식에서 현재의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한 맞춤형 개별급여 방식으로 개편되었다는 것입니다. 개별급여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인데요, (현행 기준중위소득의 생계급여 32%,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8%, 교육급여 50%) 이 중 주거급여에 대해서는 최저주거기준을 고려한 지역과 가구수에 따른 기준임대료도 신설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복지를 보장할 것인가가 핵심인데 두가지는 바뀌지 않은 채, 어떻게 줄 것인지 방법만 바뀐 셈입니다.
그리고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의 주요내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상황별 사유를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을 확대한 점, 긴급복지지원의 대상과 기준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도록 한 점, 신고의무자의 범위에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종사자 등을 포함한 점,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도록 한 점, 긴급지원대상자에게 신속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지원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우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사유와 소득재산 선정기준에 대한 개선이 아니라 홍보와 사각지대 발굴 중심이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Q2-1. 새로 제정된 사회보장급여 관련 법은 어떤 내용인지요?
이 법의 정식 명칭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러한 빈곤층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을 때 정부에서 강조하는 ‘발굴 중심 복지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률로써,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및 제공에 관한 기준과 절차, 그리고 발굴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서비스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각종 유관기관 및 사회복지시설 등의 업무를 전자화하고 그 정보를 통합·연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빈곤층의 민감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Q3. 그런데도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잖습니까? 현행 사회보장제도에 한계점이 있다고 봐야할까요?
그렇죠.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입니다.
그 중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당수의 전문가들과 빈곤층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한계점으로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 그리고 낮은 선정기준과 그에 따른 보장수준입니다. 그러나 예컨대 급여의 핵심인 생계급여에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고 있구요, 선정기준은 법에서 규정하는 최저선인 기준중위소득의 30%를 계속 유지하던 것이 올해 처음 32%로 소폭 상승했을 뿐입니다.
긴급복지지원제도은 전체 국민의 위기상황에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보장제도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선정기준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한데요, 예컨대 위기상황에 바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고 '상당기간'이라는 위기상황이 유지되어야 하다는 역설적인 기준이 있고요, 노숙인의 경우에는 노숙기간이 길수록 오히려 위기일 가능성이 큰데, 6개월 미만일 경우로 오히려 제한되어 있는 점, 실직의 경우도 단서 조항과 예외 사유가 있어 실제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되어야 할 공공복지제도가 여전히 빈약하고 빈곤층에게 효과적으로 작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Q4. 송파 세 모녀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복지 제도의 수급자가 될 수 없었는데요, 부양의무자 기준은 아직 바뀐 게 없다구요?
네, 보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일부 완화되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 2015년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도 폐지되었습니다. 또한 이후 몇 차례에 거쳐 생계급여와 의료급에서도 일부 완화가 있었지만, 정작 송파 세 모녀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없습니다.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상황의 사람이 지금 있다고 한다면, 그들에게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여전히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바뀐 것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Q5. 앞서 선정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셨는데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선정 방식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도입됐잖아요? 이 방식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요?
아닙니다. 기준 중위소득과 같은 상대적 빈곤선의 도입 요구는 기존 낮은 최저생계비의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7월 개정 당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러한 목표에 미달하는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이었습니다. 2015년 기준 중위소득과 최저생계비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 정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교육급여는 기존 차상위 계층을 커버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대폭 확대되었다는 주거급여는 고작 8% 늘어난 수준이었습니다. 의료급여는 기존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했고, 생계급여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수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후에도 선정기준 완화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2020년에는 기준중위소득을 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산정원칙을 정하기도 하였는데요, 그런데 스스로가 정한 그나마의 원칙조차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2022년에 단 한 차례 지켜졌을 뿐입니다.
Q6.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집중한 것 중엔 위기가구의 선제적인 발굴이었습니다. 복지부도 이번 송파 세모녀 사건 10주기를 맞아서 이와 관련된 성과를 발표했는데요, 정부가 추진해온 위기가구 선제 발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저도 그 자료를 살펴보았는데요, 지난 10년간 위기가구를 대폭 발굴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그분들께 연계된 자원의 80% 이상은 민간자원입니다. 민간자원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지원 단체의 사정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며, 일회성 또는 비정기적 지원이 상당수입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보건복지부의 2023년 12월 자료를 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 차상위 등 공공복지에 연계된 비율은 2015년에서 2022년까지 평균 4%대로 저조하고 증가하는 추세도 아닙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위기가구 지원 연계의 핵심은 공공복지입니다.
Q6-1. 위기가구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를 발굴하고도 공공복지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텐데요? 어떤 방향으로 전환돼야 할까요?
흔히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 사회보장제도가 강하게 자리잡은 나라들의 특징은 공공복지가 사회안전망의 근간으로서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국민의 안전이 개인에게 맡겨진 나라들은 민간보다 공공복지의 비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앞서 언급한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자료에서처럼, 광의의 공공서비스를 포함하더라도 위기가구를 연결하는 비율이 공공자원이 약 19%이고 민간자원이 약 81%입니다. 그 비율이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최후의 보루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사회 빈곤정책의 근간인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그것을 보완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전향적인 개선을 통해 공공복지가 빈곤층을 안전하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Q7. 우리 지역 이야기도 해보죠. 대구시도 지난해에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을 두고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었는데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과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대구시의 과제, 어떤 게 있을까요?
대구시는 2022년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주요내용 중 하나가 희망복지 원스톱지원센터 설치입니다. 역량 있는 복지공무원과 민간복지사를 전진 배치하여 위기가구 발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말그대로 원스톱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사회보장시스템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구형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중앙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역특성을 고려한 대구형 복지급여를 강화하겠다고도 하였지만, 모두 가시적인 추진경과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작년 시민사회단체에서 청구한 정책토론 8건 중 대구시가 유일하게 수용한 건이 바로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입니다. 대구시에서도 이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이라도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을 대구시정 핵심과제로 추진해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