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지방의회 의원들도 앞다퉈 해외연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외유성 해외연수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직접 연결해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생생매거진 오늘(대구KBS 1라디오) 인터뷰 일정 : 4월 3일 (월) 오전 11:12~11:23 (11분 간)
* 인터뷰어 :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1. 최근 대구시내 곳곳에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거셨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관행적으로 굳어진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해 언론과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해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지방의원들은 해외연수를 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납세자인 시민에게 혈세 낭비하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대부고와 수성구청 등 대구시내 5곳에 거리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아마 시민단체가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건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내용은 ‘대구시의회 상임위 해외연수 100회 돌파’, ‘But(그러나) 정책 반영 사례 전무. 이제 그만!!!’, 이 정도면 세금으로 많이 갔다 아이가’, ‘해외연수인가? 패키지 해외여행인가’, ‘수성구의회 해외연수 중독 바이러스 퇴치 백신을…’이런 내용으로 주로 대구시의회와 수성구의회에 대해 시민의 쓴소리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2. 대구시의회 상임위 해외연수가 100회를 돌파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작년 10월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대구시의회 누리집에 올라온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조사하니 상임위별 해외연수만 총 95회였고, 올해 3월말에서 4월 초에 유럽과 일본으로 가니까 조사시점부터 딱 100회를 채운거죠. 대구시의회 상임위 해외연수 100회 돌파 축하 현수막이라도 붙여야 할 판입니다. 대구시의회 해외연수를 보면 중국이 27회로 가장 많고, 일본은 22회, 유럽과 동남아 각 19회 갔는데요. 참고로 이 조사는 시의회 의장단이나 전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에서 간 해외연수는 뺀 수치입니다.
3. 요즘 시의회뿐만 아니라 기초의회들도 해외연수에 나서고 있는데, 일정들이 어떻게 되나요?
대구시의회를 보면, 3월 26일부터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문화예술·관광 산업 발전과 대구형 노인복지정책 발굴 등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로 해외연수를 떠난 것을 시작으로 바톤 터치하듯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에는 건설교통위원회와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각각 7박9일, 6박8일 일정으로 프랑스·이탈리아, 헝가리·오스트리아로 출국했고요.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독일·네덜란드를 떠났고, 경제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내일(4일)부터 7박9일 간 프랑스·스위스로 해외연수를 떠납니다.
기초의회의 경우는 수성구의회가 두 팀으로 나눠 일본과 유럽 연수를 떠나는데, 유럽팀은 6박8일 일정으로 이탈리아·프랑스를 찾는데 거의 해외관광 간다고 홍보하는 수준이고요, 한팀은 8박9일 일정으로 도쿄·교토 등을 방문합니다.
달서구의회도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되는데, 일본팀은 지난달 27일부터 4박5일 도쿄를 방문하고, 유럽팀은 4월 28일부터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로 떠납니다.
북구의회는 오늘(3일) 출발해 12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헝가리·오스트리아·체코·독일 '동유럽'으로 연수를 가고, 서구의회는 5월 15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연수를 추진 중인데 지방의회마다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는군요.
코로나19 3년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봇물 터지듯이 앞다투어 해외연수를 가고 있습니다. 지방의원들도 해외연수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걸 다 알다 보니 대구 8개 구·군의회 의장들이 지난 2월 회의에서 5월 안으로 해외연수를 의회별로 가고, 매도 한꺼번에 맞자고 짬자미를 결의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습니다. 저가 주변에 들어보니 예전에 그랬다고 하네요. 다른 지방의회 다 가는데 안가면 손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데요. 이제 지방의회의 꽃은 의정활동이 아니라 해외연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5. 물론 시민의 혈세로 가는 연수겠죠?
그렇습니다. 대구시의회 5개 상임위가 일본과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오는데 드는 비용은 모두 1억6천500만원에 이르고, 시의원 1인당 소요 예산은 유럽 기준 390만원 수준입니다. 수성구의회 소요경비도 의원 1인당 350만원 안팎이고요. 해외연수를 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다 보니 세금낭비라 하더라도 그걸 굳이 안가겠다고 할 사람은 없다는 거죠. 혹 한사람이 한두 번은 안 갈 수 있는데 계속 안가면 의원들이 좋아하겠어요. 전국의 지방의회가 유럽으로 일본으로 거의 다 가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수지 적자에 오히려 시민세금이 한 몫 하는거죠.
6. 일정은 어떤가요? 주민 대표로 선진지 견학을 가는 게 맞나요?
해외연수 목적보다 해외연수 갈 지역을 먼저 선정한 후 방문지를 구색 맞추기로 끼워넣기 때문에 해외연수라 할 수없고, 딱 견학이라는 것이 맞을 듯 하네요. 이들 기초·광역의원들의 공무 국외연수 일정을 살펴보면, 선진지 벤치마킹과 정책발굴하고는 거리가 먼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의혹이 짙은데요. 일정 대부분을 관광지 방문 등에 할애하면서도, 구색 맞추기식으로 공공기관 방문 일정을 중간에 짜는 수준입니다.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경우 4월 1일 피사에서 시가지 견학으로 피사 사탑 일정이 있고, 경제환경위원회는 9일 인터라켄 문화탐방 일정에 융프라우 등정, 교육위는 암스테르담에서 출장간담회와 큐겐호프 꽃축제 방문, 기획행정위는 잘츠부르크의 아름다운 간판거리 ‘게트라이드 가세’ 일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7. 그럼 여기서 대구시민들은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시민 인서트)
8. 사실 국외연수 자체를 문제 삼는다기보다 다녀온 후 의정에 어떤 게 반영되고 있나...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해외연수의 목적은 선진지 정책을 발굴하여 집행부 정책에 접목시키는 거잖아요. 그런데 집행부 정책으로 접목한 사례를 찾을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독후감 수준인데요.
이번 해외연수로 수성구의회는 수성못, 들안길 먹거리타운, 들안예술마을, 동대구로, 범어천 등을 연계해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수성구만의 문화·관광·상업시설의 복합거리조성을 통한 관광객 유치를 제안하고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운행하는 곤돌라와 같이 앞으로 조성될 수성못 수상무대와 연계되는 수상체험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출장 효과'를 적었는데, 좀 황당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9. 지방의회 해외 연수 때 피감기관과 동행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매우 부적절한 관행이고 피감기관이 같이 가면 접대가 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년 10월에도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대구시의회가 피감기관을 동행하려다 여론에 부딪혀 포기했는데, 이번에 유럽으로 간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를 보니 피감기관인 대구교육청 간부 등 4명이 일정을 함께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해외연수 출장계획서에는 교육청 관계자들의 동행 내용이 없었는데, 여론을 의식해 몰래 함께 간 거죠. 그야말로 꼼수이자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행정사무감사 등을 받아야 하는 피감기관과의 동행은 유착을 의심케 하는 부적절한 행위입니다.
10. 매년 지역 사회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의회 해외연수... 끝으로 정리 말씀 부탁드리면?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집행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해외연수간다는데, 집행부 정책에 반영한 사례가 없으니 가성비가 너무 낮죠. 이럴 바에는 시민세금으로 갈 필요가 없고, 개인의 견문을 넓히려면 사비로 다녀오는 것이 맞다는 거죠. 그런데, 지방의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제도적으로 보장된 해외연수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습니다. 해외연수 결과가 낙제점으로 나온 이상 이제는 제도적으로 사전, 사후 주민보고회, 평가회 의무 개최 등 해외연수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터뷰 내용을 약간 수정, 보완하여 실제 인터뷰와 약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