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권의 시작은 아동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
국회는 출생통보제를 빨리 통과시켜라.
더 이상 출생신고가 안 되어 ‘이름 없는 아이’, ‘기록 없는 아이’, ‘유령∙투명인간’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출생통보제의 빠른 시행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법무부는 3월 2일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의 출생 통보를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한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출생상황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되어 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시행될 경우 출생신고 의무는 이제 부모가 아니라 의료기관에 우선 주어지게 된다. 신고가 안 된 경우에는 지자체장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법무부 보도자료에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한 국민들이 적지 않다고 적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제주도 세 자매(24, 22, 15세)는 출생신고 없이 20년 넘게 살다가 부의 사망신고로 발견되어 지난달 15일에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고,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2월 발생하여 충격을 준 경북 구미 세 살 아동 사망 사건이나 2020년 11월 냉장고 안 갓난아이 시신과 함께 지내다 발견됐던 여수 남매 사건 등 모두가 출생 미등록 아동의 학대, 사망 사건이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 명가량 추정된다는 보도에 근거하면 출생통보제 도입은 시급하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동학대, 아동매매, 불법입양, 실종 등과 연결되어 불법으로 악용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는 조속히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005년부터 입양에서의 편법∙불법 출생신고, 아동매매, 아동학대 등을 지적하며 현행 출생신고를 개선하기 위해 지금의 출생통보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아동 인권의 출발은 아동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동의 존재를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며 현실편의적인 방편으로 회피해 왔다. 뒤늦게나마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자 우리 사회가 자각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출생통보제의 빠른 시행을 다시 한번 더 촉구한다.
2022년 3월 14일
우리복지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