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시민사회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작년 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와 당황했고,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정책을 모니터하며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처음 겪는 코로나19 신종감염병으로 시민사회도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등 안팎으로 힘든 시기였다. 올 연말, 코로나19 유행 2년을 보내면서 대구시민사회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단계적 일상회복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과제를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 작년 2월부터 지금까지 대구시민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남은주 :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각 분야별로 시민사회의 대응이 있었고, 장애계, 쪽방 활동가들의 감동적인 헌신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19대응 대구공동행동을 통해 현실진단과 정책제안을 한 것은 전국적인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 대구시민주간행사의 하나인 ‘백방모색’의 한 섹션으로 시민사회의 대응을 평가하는 FGI를 진행했었다. 참석자들은 가슴 뭉클한 순간들의 이야기와 함께 대구시민사회의 저력을 확인했고 남겨진 과제도 확인했다.
이정현 : 1차 대유행을 아무도 예상못한 가운데 대구에서 폭발했다. 가장 먼저 맞다 보니 당시 지역 시민사회 전체가 멘붕 상태였던 것 같다. 암울했던 그 상황에서도 각 부분별로 헤쳐나오면서 그 과정을 함께 공유했던 것이 의미가 컸다고 본다. 각 영역에서 코로나19로 겪었던 일들을 함께 공감하며 코로나19 대구공동행동을 결성하고 2차 3차 대유행을 함께 대비하는 자리를 만들게 된 것이 아주 잘한 것 같다.
조광현 :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보건의료, 사회복지, 인권 영역의 시민단체, 운동이 활발하고 시민사회 안에서의 영향력도 큰 편이다. 이러한 영역의 시민단체 중심, 주도의 대구시민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은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들 정도로 적극적,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이전의 대구시민사회의 이슈 대응에 비해 활동의 내용도 크게 넓고, 깊었다고 생각한다.
조민제 : 코로나19대구공동행동 기구가 2020년 6월부터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현안을 수렴하고 공동으로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구시가 주도한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현 대구광역시 코로나19 일상회복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존재하면서 상호간의 의견 수렴과 대구시의 방역대책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 등은 잘 이뤄지
지 못해 아쉽다.
2. 단체활동은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고 애로점은?
남은주 : 여성단체들은 회원모임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젠더기반폭력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그러하다. 그러나 회원모임과 강좌사업 등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정현 : 더욱 엄격한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을 수행해야 하는 병원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모든 활동이 비대면으로 바꿔지고 있다. 그래서 비대면 교육부터 조합원들과 소통에 제약이 너무 많아서 특히 의견수렴이 힘든 것 같다. 그리고 집단적인 의사표현이 주 활동인 노동조합이 집회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많이 답답해 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조광현 : 대구경실련의 경우 일단 회의 등 조직 활동이 상당히 위축, 침체되었는데 구성원과 조직문화가 비대면 활동에 익숙하지 않아 아직도 조직 활동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어 상근활동가 중심의 왜곡된 활동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다.
조민제 : 장애인단체의 경우, 2020년에는 코로나19 자가격리 및 확진시 장애인에 대한 지원대책을 제안하고 현장 지원을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현재는 위드 코로나 환경 속에서 물리적 거리두기가 아닌 안전하게 함께하기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로점은 최근에도 장애인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듯이, 장애인 확진자 발생시 여전히 관련 지원이 부재하거나 늑장 대응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3. 대구시민단체의 코로나19 의미있는 활동은? 단체의 의미있는 행동은?
남은주 : (대구시민단체)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대응 대구공동행동’의 활동을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47개 단체가 함께 했고, 내부토론회 진행과 정책제안, 대구시 담당부서와 간담회까지 한 것은 대구시민사회가 현장대응과 정책대응을 ‘연대의 방식’으로 진행하여 의미 있었다. 최근 분야별 개별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민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활동이었다고 평가한다. (단체의 의미 있는 활동, 여성계) 대구지역의 여성단체들 또한 내부간담회를 통해 현안을 정리하고 대구시 담당과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여성폭력피해시설의 특수성에 맞는 방역조치 등을 이야기하여 현장을 바꾸어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행정의 여성단체에 대한 기본인식과 태도 변화도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정현 : 아무래도 작년 1차 대유행을 겪고 난 이후 대구지역의 제 시민사회단체가 ‘코로나19 사회경제 대응 대구공동행동’(약칭 코로나19 대구행동)을 결성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각부분별 요구를 같이 발표하고, 대구시에 관철시키려고 노력한 일들은 의미가 많았다. 특히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지속적으로 대구시에 전담병원 병상에 대한 예측가능 병상수와 간호사 인력 기준을 요구해서 전국 최초로 그 기준을 받아낸 것은 의미있었다.
조광현 : 대구시민단체의 코로나19 대응 중 가장 인상적인 활동은 이주민, 이주노동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반대와 해소를 위한 활동. 시민단체 외의 대응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 전담·거점병원 간호사들의 1인 시위. 대구경실련처럼 이름만 걸고 있는 단체도 있지만 연대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코로나19 대구행동’의 활동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구경실련의 코로나19 대응은 대구시장의 언론인 고소 등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에서 파생된 몇 개의 사안에 대해 발언한 것이 거의 전부로 이는 코로나19 대응이라기보다 일반적인 시정감시 성격의 활동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코로나19 대응은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대구행동’과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참여한 ‘코로나19 극복 대구광역시 범시민대책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 또한 이름만 거는 것에 그쳤다.
조민제 :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20년 1차 대유행 당시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지원한 내용을 토대로 민간단위에서 정책제안과 매뉴얼을 먼저 만들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부분적으로나마)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먼저 꼽고 싶다. 더불어 1차 대유행 당시 시민, 기업 등의 후원을 이끌어 마스크 및 소독제, 간편식 등을 2,100가구에 전달하였다는 점도 꼽고 싶다.
4. 대구시민단체가 코로나19 대응에 부족했던 부분은?
남은주 : 참으로 헌신적인 현장대응 활동과 노력이 있었지만, 위기상황에서 확인되는 것은 기존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다. 대구시민단체들의 노력은 매우 의미 있었지만, 대구지역의 토양과 그동안 시민사회의 분절적 활동 등이 확인되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전환’에 대한 학습과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정현 : 코로나19는 우리 시민들의 삶 전체를 지배하며 뒤흔들고 있다. 이런 코로나19 같은 역병 시기를 극복해 가는 일은 뭔가 새롭고 전향적인 구조가 필요한듯한데, 그런 변화는 시민사회가 나서야 가능하다고 본다. 대구시 코로나 대응 기구가 정치인, 전문가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다. 시민사회가 좀 더 넓게 깊이 관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조광현 : 단체별 활동의 편차가 커서 단언할 수도 없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한 보건의료, 사회복지, 인권 영역의 시민단체들은 각 단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구지역의 정치, 사회 지형에서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위기상황, 특히 위기관리 실패상황에서 시민사회와 대구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단위, 활동이 여전히 부재하거나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조민제 :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해 분야별로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그것을 종합하여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언하는 역량과 힘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각 영역에서 지속적인 코로나19 대응은 계속하지만 이를 모아내는 구심점 역할을 할 곳이 마땅히 없었다고 생각된다.
5.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을 평가하면?
남은주 : 예상되는 대구시의 실력을 확인하였다. 몇 가지 잘한 일들도 있었지만, 눈앞의 과제에 충실한 대응,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일들까지 멀리 바라보기 힘들어하는 행정의 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 위기를 서둘러 성과적으로 정리하려는 모습은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주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태도는 중앙정부도 비슷하다.
이정현 : 1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대구시의 안이한 준비가 결국 큰 혼란을 주었다. 아무도 예상 못한 폭발적인 상황에도 중앙정부의 지원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 그런데 대구시는 이를 너무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로 몰아간 것이 문제였다고 본다.
조광현 : 대구시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 제1차 대유행 시기에 크게 헤맨 것 외에는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보통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대구시가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데 비판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 과도한 생색내기, 지나친 자화자찬 등으로 긍정적인 요인도 상당부분 퇴색된 것으로 생각한다.
조민제 : 대표적인 부분을 꼽자면 대구광역시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현 대구광역시 코로나19 일상회복 범시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 것은 거버넌스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 취지이고 일정부분 의미있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관련 정보가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여러 의견들이 반영되기에는 대구시가 여전히 거버넌스에 소극적이다. 민간의 의견을 관에서 더 개방적으로 수렴하고 정책을 발전하기 위한 대구시 조직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6. 위드 코로나 시대의 대구시민사회의 과제는?
남은주 : 위드 코로나시대에 대한 생각이 매우 상이함을 느낀다. 상징적으로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싶어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소식이 또 들려온다. 위드 코로나시대 시민사회가 할 일은 급속한 일상복귀가 아니라 지금까지 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분명히 하는데 있다. 사회생태적 패러다임 전환의 정치 앞의 난관 극복이 전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정현 : 이제 코로나19는 오랫동안 우리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코로나가 올 가능성도 항상 잔존하고 있다. 이를 몇몇 정치가와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답이 없다고 본다. 시민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들을 지적하고 근본에서 대안을 찾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조광현 : 이른바 백화점식 활동을 하는 주창형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대구경실련)의 경우 코로나19로 심화된 위기 탈출, 위드 코로나에서의 위치 찾기가 필요하다. 시민단체의 조직 운영과 활동, 구성원의 인권, 평등, 민주주의 감수성 더하기. 시민단체의 영역 확장과 연대, 협력의 원칙, 기준 만들기 등은 과제다.
조민제 : 가장 중요한 점은 위드 코로나에서 방역과 집회시위의 자유와의 충돌의 합의 지점을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이다. 2년 동안 방역을 우선하여 모두가 조심해 왔지만, 그 과정속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확연히 줄어들고, 파편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ꠓ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각 단체의 경험과 성공사례 들을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7.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은주 : 좀 더 다양하고 많은 논의가 연대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 전에 활동가들의 대전환기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학습도 필요하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 대구시민사회가 할 일이다.
조민제 : 보건복지부가 2020년 6월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였지만, 장애인들이 확진이 되면 장애 유형과 특성을 이해하는 지원인력이 병원 내에 부재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이 부지기수이고 입원할 곳이 없어 자택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 2022년에는 부디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 코로나19 대구행동, 코로나 재유행 대비 요구 기자회견 (2020.8.19.)
▲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대응대구행동 발족 기자회견(2020.6.10.)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1년 12월호 통권 29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