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차 집단 유행은 대구 신천지이고, 2차 유행을 불러온 8.15 광화문 태극기 집회는 전광훈 목사 및 보수 개신교가 있었고, 1차 유행이 1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 발 집단감염는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진보적인 개신교도들이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대체 어떤 부분 때문에 코로나19에 개신교가 오명을 쓰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1. 신천지 집단감염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떤 심경이었는가?
천무경 : 중국에서 일어난 혼란과 희생자들의 소식을 접할 때 걱정스러웠고, 내가 사는 지역에도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공포감이 한동안 들었었다. 특히 신천지라는 이단 단체가 유행의 중심이 되니 평소 그 단체에 대해 좋지 못했던 생각과 융합되어 원망과 화가 많이 났었다.
정민철 : 교회가 신천지 대구본부 옆에 위치했고, 순식간에 거리에 사람과 차들이 사라지면서 영화세트장처럼 변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상황 파악이 힘들었다. 우선 대학병원과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교인이 많은 탓에 2월 23일부터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지시켰다. ‘곧 끝나겠지’라는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지혜리 : 복잡한 심정이었다. 지금에서야 신천지가 정통개신교와는 다른 이단임을 아는 시민 분들이 많으시지만, 당시만 해도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은 같은 ‘교회’로 보시기에 눈치가 많이 보이기도 했다. 신천지라는 단체 특성상 확진자 이동경로 파악이 쉬이 될까 걱정도 되었다.
2. 신천지부터 인터콥까지 교회 발 집단감염이 일어났고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일반인과 다른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인지 알고 싶다.
정민철 : 교회 밖 사람들은 이단시되는 신천지, 인터콥과 정통이라 자처하는 한국교회를 보면서 피아식별을 하지 않고 한통속이라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의 성장만능주의와 배타적 인식과 공공성 상실과 같은 내부 병폐들이 응축되어 터져 나온 게 신천지 현상이기에 정통교회와 분리할 수 없는 뼈저린 아픔으로 다가 왔다.
지혜리 : 죄송스럽고 안타까우면서도 억울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한국교회’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교회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우려의 대상이 된 것은 참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다. 한편, 계속해서 방역에 애쓰고 모임을 제한하고 있는 교회들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천무경 : 대유행을 일으킨 신천지와 태극기 집회 때 화가 많이 났었지만, 여러 교회에서 일어나는 집단 발병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급변하는 상황에 대해 기존 신앙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위기 대응에 대한 일부 비협조적 자세를 보여주는 현 교회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
다.
3.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는 정부 방역 지침을 무시·비난했다. 또한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법을 ‘교회폐쇄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혜리 : 저는 그러한 태도를 ‘이웃사랑의 결여’로 본다.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고, 또 사회적 우려의 대상이 되면서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께서 예배로 받으실지 모르겠다. 맹목적 종교생활이 아닌, 무엇이 예배이며 무엇이 하나님 원하시는 삶인지를 돌아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천무경 : 많은 교회가 반공사상에 기반을 둔 보수 정치 이념에 암묵적 지지를 보내고 있고,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많다고 생각된다. 또한 현 한국교회가 개인 및 공동체 신앙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무관심해서 자기가 속한 신앙 공동체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나온다고 생각된다.
정민철 : 교계사람들은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 한국교회를 지탱시켜 온 두 기둥은 ‘주일성수(대면예배)’와 ‘헌금’이라고 생각한다. ‘비대면’과 ‘거리두기’가 핵심인 정부 방역 지침은 교회의 두기둥을 무너뜨릴 것 같은 불안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거기다 군사독재정부 이후부터 보수우파를 자처해온 기독교는 현 정부 들어 과잉대표 된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 부대의 주축이 되면서 정부와 정치적인 대립각을 세운 것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4. 개신교 집단감염이 계속되자 진보적인 개신교도들은 ‘방역의 위협이 된 개신교’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이 한국 개신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무경 : 한국교회는 많은 교단으로 파편화 되었으나, 교회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사건들은 전체 교회의 문제로 일반인들은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사과문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지혜리 : 한국 개신교 내에는 다양한 성격의 교회들이 존재한다. 아마도 사과문을 발표한 단체의 성격과 반대되는 단체나 교회들은 일부의 입장으로 치부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사과문에 동의하고 마음을 함께하는 성도들과 교회들이 많아지길 기대할 뿐이다.
5. 코로나19가 이런 문제들을 만들었다기보다 교회 안에 잠재되었던 문제점들이 코로나19로 드러났다는 의견도 있다. 이 입장에 대해서는 어떤가?
지혜리 : 그런 면들도 있다. 교회가 성도들로 하여금 종교생활은 잘 하지만 신앙생활을 잘 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탓이 아닌가 싶다. 예배드리고, 모임에 참여하고, 교회생활은 잘 하지만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사는, 참 신앙의 성도들로 길러내지 못한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천무경 : 동의한다. 코로나로 인해 현 교회가 무엇을 잘 못하고 있는지 깨닫고 반성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된다.
6.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개신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동안 교회에 대한 부정인 입장이 더해진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천무경 : 일반인에게 지역 사회와 융합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이기적 신앙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또한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광신적 모습이 비신앙 현대인들에게 괴리감을 주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선교적 관점에서 이러한 시선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혜리 : 당연한 반응이라 면목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교회다운 교회가 되어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스스로 반성하고, 본래 교회의 정체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질문 4,5,6에 대해서)
정민철 : 진보적 기독단체라 할 수 있는 ‘성서한국’ ‘성서대구’ ‘느헤미야 교회협의회’에 속한 필자는 사과문을 낸다고 할 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우리는 저런 몰상식한 개신교가 아닙니다’ 라며 선을 긋는 면피용 몸부림으로 비춰질 것이라 생각되었고, 극소수에 불과한 진보적 기독단체의 사과문 한 장으로 거대한 보수 기독교 단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시민들의 기독교계를 향한 분노는 코로나로 촉발된 사태가 아니라 코로나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기독교계에 대한 불신’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기간동안 ‘반역사적 반민족적 반현실적’ 집단으로 낙인찍힌 개신교가 보편 종교로서 교회 밖 이웃과 함께하며 공공성을 회복하려면 16세기 루터가 일으킨 것과 같은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7. 코로나19로 인해 개신교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도 알고 싶다.
정민철 :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교회가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교회변혁의 과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에 어떤 모양으로든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목회자 수급문제(교회 없는 목사수 급증), 경제적 미자립 교회문제(교단마다 통계가 다르지만 통상 80%), 젊은 신도들의 급격한 교회이탈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공공담론인 인권, 환경, 복지에 대한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때 교회의 게토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다만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추구하는 ‘공공신학’이 화두가 되고 있고 교단마다 ‘사회선교위원회’같은 기구들을 만들어 있다는 소식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한다.
천무경 : 현 시점에서 개신교가 바뀔 거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사과문과 같이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공유하는 모습들이 점차 확대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혜리 : 긍정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한국 교회에는 이미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안나가)성도 현상이 시사해주는 바들이 있었다. 그에 더해 코로나19가 ‘교회의 참 교회다움은 무엇인가’에 더욱 고민하게 하는 것 같다. 개신교가 이에 성실히 고민하고 반응하는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
8.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천무경 : 다양한 신앙적 관점을 가지고 파편화된 한국교회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진 공교회의 회복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가 세상을 사랑하는(자본주의 관점)것에서 벗어나 세상을 섬기고(하나님 나라의 확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의 기반이 생성되길 희망한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1년 5월호 통권 28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