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건건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입양의 날로부터 1주일 간을 입양주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16년이 지나는 동안 입양특례법 등이 개정되어 양부모가 입양기관에 지급하던 입양수수료를 정부가 지원하고 양육수당이 도입되었으며 지자체에서도 입양조례가 제정되어 입양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입양정책은 국가방임형에서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최근에는 입양아동의 학대사건으로 큰 위기에 빠졌다. 입양아동 학대사건의 본질은 입양이 아니라 아동학대에 있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입양조례를 분석하여 발표했으며, ‘경상북도 입양지원 조례 유명무실’ 등을 중심으로 5월 21일(금) 포항MBC ‘라디오 열린세상’에 생방송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싣는다. 참고로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입양조례를 제정했지만 입양정책을 수립하고 실태조사, 연구는 하지 않고 있으며,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기초단체 중 입양조례를 제정한 곳은 한 곳도 없다.
1. 입양한 아동을 학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일부에서는 여전히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시선들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양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이어 경기 화성시 양아버지 두 살배기 입양아 폭행 사건으로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실 ‘입양’이 아니라 ‘학대’에 있습니다. 이 지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일단 있고요. 보호자나 양육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학대를 당하는 피학대 아동의 사망은 대부분 친생부모나 한부모 가정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고 대구의 은비사건이나 정인이 사건처럼 입양가정에서도 극소수로 발생합니다. 최근, 학대로 숨진 아동이 정부 통계의 최대 4.3배에 이를 수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아동학대 예방과 사후조치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되, 입양아동의 권익보호와 복지증진, 반편견 입양문화 개선을 위해 입양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2. 입양 제도나 이후 관리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는데, 먼저 국내 입양 절차는 어떤가요?
현재 국내에서 입양절차를 마무리하는데에는 대략 10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립니다. 입양상담에서 가정조사, 학력·재산·직업·범죄경력·알콜중독여부·의료기록 등 여러 자료들을 제출하고 양육계획, 입양부모의 심리검사와 상담, 예비입양부모교육 등을 받으면 입양대상 아동과 결연이 가능한데 이 기간만 대략 6개월 이상 걸립니다. 이후 입양기관의 서류를 받은 가정법원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면 가사조사관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조사합니다. 그리고 결연아동을 집으로 데리고 와 함께 살아보는 과정인 입양 전제위탁을 거쳐야 법원으로부터 ‘입양부모’라고 인정을 받거든요. 가정법원의 허가서를 첨부하여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라 친양자 입양신고를 하면 양부모에게 아동을 인도하고 마무리됩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입양을 결정하는데요. 과거보다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많이 강화되어 상당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친생부모나 입양부모 모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지난해 아동복지법이 개정돼서 입양 과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하던데, 그러면 어떤 게 달라지는 겁니까?
과거 우리나라의 입양은 국가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국가 방임형 민간 입양기관 중심이었는데, 고아수출국 1위라는 국제적 오명를 받았죠. 1989년 유엔에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 이행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아 오다가 2017년 입양신고제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입양허가제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05년 입양특례법을 개정하여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5월 11일 입양의 날로 정하면서 입양정책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는 6월 30일부터 친생부모가 아동 입양 의뢰를 입양기관에서 시·군·구 지자체로 변경됩니다. 현재는 친생부모가 입양기관을 방문해 입양동의서를 작성하면 입양절차가 개시되지만, 아동복지법의 개정으로 오는 6월 30일부터는 공공 아동보호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시·군·구에서 친생부모에게 원가정양육 상담 후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통해 아동 최선의 보호조치 즉 입양을 결정해야 입양절차가 개시됩니다. 또한, 아동과 예비양부모간 결연 및 입양 전제 위탁 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법원 허가 절차 이전 단계에서의 공공의 책임과 역할도 강화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도 마련 중입니다. 일각에서는 입양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제도 초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4. 그런데, ‘경상북도’의 입양 조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입니까?
전국의 광역 지자체 대부분이 입양 조례를 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입양정책 수립과 실태조사·연구는 하지 않고 단순히 입양 축하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축소, 변질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경북도는 2013년 ‘경상북도 입양가정 지원조례’를 제정한 후 한 번도 개정하지 않았는데요. 조례 제4조(입양가정 지원사업)에는 도지사가 입양 활성화 및 입양가정의 지원을 위해 ①입양가정 지원 정책의 수립 및 시행 ②입양가정 및 아동에 관한 실태조사 및 연구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책수립이나 실태조사는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경북도는 강제 규정이 아니라 임의 규정이라며 변명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입양수수료와 만 16세까지 월 15만원의 입양수당, 장애아동 지원과 의료급여 지원은 국가가 하는 사업이고, 경북도는 이 조례에 의해 비장애아동 입양시 100만원, 장애아동 입양시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5. 지역 내에서 입양을 하는 아동 수는 또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국내, 국외 입양 모두 줄여드는 추세입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입양 모두가 크게 감소했는데요. 2019년 국내 387명, 국외 317명으로 총 704명이었는데, 2020년 국내 260명, 국외 232명으로 총 492명으로 2백명 넘게 감소해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입양아동이 줄면 그만큼 위기에 처한 요보호아동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시설아동은 증가했다는 거죠. 입양될 아동이 역설적으로 시설에 거주한다는 얘기기 때문에 이것은 우리나라 아동정책의 큰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하고, 가정이 해체될 경우 가정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이 무너진 것과 다름없다는 거죠. 입양은 줄고 시설아동은 증가하는 역주행 현상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고민해야 된다고 봅니다.
6. 다른 지역은 어떤 상황인가요?
경기도가 ‘정인이 사건’ 이후 뒤늦게 조례의 핵심인 입양정책 수립과 실태조사·연구를 최근에 시작했지만, 두 살짜리 입양아동 학대 사건을 막지 못해 뒷북 대응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그나마 경기도는 늦었지만 재발방지를 위해 움직이는 지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입양 조례를 제정한 곳도 있습니다. 반면, 대구시는 2016년 ‘대구광역시 입양가정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아무런 계획을 수립하지 않다가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입양정책 수립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7. 입양 조례와 관련해서 경상북도가 어떤 점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보십니까?
경북도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지적에도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반편견 입양교육을 강화하고 입양 활성화에 경북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는데요. 최근에는, 베이비박스 등에 버려지는 영아 유기 등을 막기 위해 상담 절차를 거쳐 익명으로 아동을 출산할 수 있는 익명출산제를 두고 찬성론과 해외사례를 봐도 영아 유기를 막을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고 태어나는 아동이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출생신고서가 없는 베이비박스 아기는 입양이 안 되므로 대부분 시설로 보내지기 때문에 이런 논쟁이 촉발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입양아동의 인권과 공공의 책임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고 있기 때문에 경북도도 단순히 인구정책에 의해 입양을 바라보기보다 입양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교한 입양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8. 관련 조사나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인데요, 한편에서는 ‘입양가정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입양가정뿐만 아니라 친부모가족에서도 동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입양가정의 아동학대 문제로 전수조사 얘기도 나오는데요. 실태조사의 필요성이나 사후 관리의 강화는 명목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를 빌미로 입양가정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입양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입양특례법 개정안 중에는 공공기관에서 입양아동이 12세가 될 때까지 매년 입양가정을 방문해 조사하자는 내용도 있는데요. 공공담당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보니 입양가정에서는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법안이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개입양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동인권 보호와 입양가정의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덧붙여 주시지요?
입양은 한 아이의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습니다. 장애인계에서 탈시설을 주장하듯이, 성장하는 아동은 시설에서 집단 생활하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양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고 친가정이나 친모가 아동을 양육하기 힘든 경우 국내입양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국가와 경북도 등 지자체가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