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경북도가 소속 직원과 직계존비속 가족 등에 대한 땅 투기 조사 결과를 내놨다. 결과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사례는 없다는 것. 하지만 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적이어서 보여주기식 조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 연결해 자세한 내용 살펴본다.(대구불교방송 <BBS 라디오 아침세상>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 방송 : 5월 17일(월) 오전 8시 43분(10분 정도)
1. 자. 우선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된 내용이긴 한데요.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북도가 진행한 투기 조사의 시기와 대상, 그리고 결과를 정리해주시겠습니까.
경상북도는 3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조사팀을 꾸려 경북도청이전신도시 건설사업,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등 7개 사업지구(조사면적 총 13,597천㎡, 7,574필지)에 대해 공직자 부동산 투기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대상은 경북개발공사 전 임직원과 사업지구별 입지발표일로 부터 5년 전까지 도 및 관할 시군의 사업추진 부서, 도시계획, 농지‧산지 허가 등 관계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공직자 본인 1,064명과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 자녀) 3,094명을 포함한 총 4,158명이었는데요. 조사대상 공직자 중 퇴직 또는 타 기관 전출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징구에 어려움이 있는 253명과 개인정보제공에 응하지 않은 가족 40명을 제외한 3,865명에 대해 조사를 완료한 결과, 투기 의심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난 5월 4일 발표했습니다.
2. 경북도가 진행한 조사는 말씀하신대로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조사팀을 꾸려 진행한 자체 조사였는데요. 범위가 너무 좁다는 비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경북도 발표처럼 공직자 투기 의심자가 없으면 다행이고 환영할 일인데, 도민들이 경북도의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을 받는 이유가 부동산 투기 조사 대상과 조사 지역 모두가 협소하기 때문인데요. 타 시도보다 흔히 대구와 경북을 한 몸처럼 서로 잘 비교하는데 조사 대상을 보면, 대구시는 1차로 1만 5천여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 4명을 수사의뢰했고, 2차로 5급이상 간부들과 직계존비속을 조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경북도는 선별로 조사하다 보니 일단 대상자가 너무 협소해 대구와 비교가 안된다는 거죠. 그리고 조사지역도 7개 지역에 불과해 또 다른 개발지역에서의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3.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대상자들이 빠지면서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조사가 아니냐.. 이런 비판도 일고 있죠?
경찰은 5월 7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을 투기한 혐의를 받는 영천시청 간부 공무원을 구속했습니다. 구속된 A씨는 도시계획 부서에 근무하며 도로 확장공사 예정지역 인근 땅을 미리 사놓고 1억 6천만원 상당의 개발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북 경찰은 공무원 11명과 지방의원 6명, 공직자 가족 4명 등 62명을 수사 중에 있고, A씨를 포함한 3명은 이미 사법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LH발 땅 투기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50여 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과를 내는 상황인데, 경북도는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공직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투기 의심자가 한 명도 없어 청렴하다는 식으로 발표를 했으니 황당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경찰수사와 엊박자를 보이고 있는 경북도의 자체조사는 그래서 보여주기식 늑장조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겁니다.
4.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아는데요. 다른 지자체의 상황은 어떤가요?
언론보도자료를 근거로 보면 대구, 경북을 비롯 경남, 전북, 경기 등 9개 지역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대구와 경남은 4명을 수사의뢰했고요. 나머지 지역은 경북처럼 투기의심 사례가 없다고 발표했어요. 특히, 대구는 경찰이 5월 12일 수성구청장 부인의 땅 투기 의혹 관련하여 수성구청을 2차 압수수색했습니다. 반면, 최근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승한 서울과 부산지역은 전수조사에 미온적이다 보니 전수조사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서울, 인천, 부산, 세종 등 8개 지역은 아직 발표를 안 한 상태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점검 결과가 '특이사항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알맹이 없다는 평가가 있자 국회에서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보다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여줄 것을 당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5. 충북도였는가요? 얼마전 공직자 땅투기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산하기관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 당하면서 공공기관 땅투기 '셀프조사'를 둘러싼 불신이 커지기도 했었는데요. 경북도 역시 그런 우려가 남아있다..이렇게 보시는거군요?
충북도 뿐 아니라 전북지역도 경북처럼 투기의심 사례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고창 백양지구 도시개발 사업’ 관련하여 전북도 직원 A씨의 도청 사무실과 자택 등 4곳을 압수수색 당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경북도는 공직자 땅 투기 의심자는 없다며 두 달 만에 '셀프조사'를 5월 4일 발표하면서 서둘러 마무리했어요. 그러자 며칠 후 영천시 간부 공무원이 구속된 거잖아요. 셀프 선별조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셀프 조사에 셀프 종결 선언한 경북도는 부동산 투기 근절을 원하는 민심을 반영하기는커녕 역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네. LH에서 촉발돼 지역에서도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제보가 계속됐는데요. 제보 중 일부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영천시 공무원의 구속수사도 경찰의 제보와 첩보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경찰은 첩보와 제보 등을 토대로 수사 범위를 더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수성구 연호지구 같은 경우는 언론으로 제보가 들어와 보도가 나간 후 경찰이 수사하는 경우입니다. 시민들은 의심 사례를 찾지 못한 경북도의 자체 조사와 달리 수사 대상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처음 경북도가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지자 선제조사 운운하며 제보를 받는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제보 한 사람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동사 투기 조사 시늉만 낸 지자체에 제보할 리가 없죠.
7. 네. 그렇다면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해소를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4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고 5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5월부터 시행됩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8년간 발의와 폐기를 거듭했는데, 이 법은 공직 전반의 이해충돌과 부패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는 기본법의 성격을 갖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의 가족은 해당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자회사 등에 채용될 수 없고, 또 공직자 및 배우자, 직계 존비속은 공공기관 및 그 산하기관 과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습니다. 직무상 비밀로 재산상 이익을 취한 공직자는 7년 이하 징역, 미공개 정보를 받아 이익을 얻은 제3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고 벌금은 최대 7000만원으로 정했습니다. 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도 국회의원과 차관급 이상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공공기관장 등이 포함되어 법 직접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합쳐 190만여명에 이르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포함하면 대상이 8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법 시행이 내년 5월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부동산 수사를 철저해 해 투기를 발본색원하여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8.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는 투기 조사와 관련해서는 전 공직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문제 등 부정적인 시각도 많은 것 같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거래를 하는 '차명 투기'는 지자체의 자체조사로는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맹점이 존재하지만, 지자체의 자체조사는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확인할 수 있고, 공직자에게 덫 씌워진 부정적인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수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공감사법에 따라 공무원 본인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 제공 동의가 없더라도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반면 가족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가 필요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수사의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수조사를 해야 공직자를 향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거죠.
9. 끝으로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듣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자산 불평등의 원인입니다.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가 높은 지금,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를 위한 분명한 정책안이 정부에서 나왔으면 합니다.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집 없는 사람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이번 기회에 꼭 마련되어 시행되길 기대해 봅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