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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아동 사망사건으로 본 복지시스템, 뭐가 문제인가?

최근 구미 사건 같은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어떻게 아이가 반년이나 방치됐는지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월 18일(목) 대구MBC 여론현장 ‘포커스 인’에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이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수정하여 올린다.

이 보다 더 한 비극이 있을까요. 앞으로 이런 비극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복지 시스템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그러니까 숨진 아이가 발견되지 전까지... 6개월 동안 이 집을 찾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거죠?

3살 아이를 빈집에 버려둔 채 가족이 떠난 시기가 지난해 8월 무렵이었는데, 전후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가스가 이미 끊긴 상태에서 3월부터 보건복지부는 이 가정을 ‘위기가구’로 지정해 구미시에 몇 차례 명단을 보냈어요. 전기요금도 다섯달째 체납되면서 지난해 5월쯤 정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보고되었습니다. 가스와 단전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거죠. 해당 지자체인 구미시는 그로부터 반년이 넘은 지난해 11월 경에 사건 초기 아이엄마로 알려진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별문제가 없고 생활에 어려움도 없다’는 말만 믿고 현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채 종결처리했어요. 그 사이 3살 아이의 시신은 빈집에 방치되어 있다가 올 2월에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습니다. 위기조짐이 있었던 지난해 3월부터 아이를 발견한 올 2월까지 근 1년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거죠.

2. 이 아이는 완전한 복지 사각지대에 있지 않았습니다. 이 가정이 위기가정으로 지정돼 있었다면서요. 어떤 상황일 때 위기가정으로 지정됩니까?

수도·전기료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통보가 되고, 지자체는 현장확인 등을 해야 합니다. 구미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조사’ 지침이 내려와 현장 방문은 필수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긴급복지지원법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는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 등의 지원요청 또는 신고가 있는 경우 담당공무원 등의 현장확인(접수 후 1일 이내)을 통해 긴급한 지원의 필요성을 포괄적으로 판단하여 우선 지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위기가정 지정 후 사후조치에 대해, 해당 지자체는 지원 및 관리 책임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 없는 거죠.

3. 한전은 전기가 끊긴 가정이 나오면 곧바로 복지부가 컨트롤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에 통보합니다. 이번 역시, 20대 여성과 아이가 살던 집은 3개월 동안 전기요금이 연체돼서 지난해 5월 한전 단전 조치하면서 바로 복지부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6월, 7월에도 단전 사실을 알렸지만 복지부는 한전이 처음 단전을 알린 지 4개월이 지난 9월에 해당 지자체인 구미시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초기 4개월 동안 아이가 방치된 거죠. 왜 이렇게 늦게... 복지부가 이 사실을 4개월 후에 전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정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찾아가는 복지에 실패한거죠. 단전·단수, 건보료 체납정보 등 18개 기관 38종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위기가구에 대해 선제적 발굴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고, 보건복지부는 2개월에 한번꼴로 단전 등의 자료를 수집에 지자체에 통보한다고 하는데요. 2014년 2월 송파 세모녀 사망 사건 이후 빈곤층의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법이 개정되고 제정되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방증입니다. 사건 발생 때마다 지원요청이나 신고(접수), 보고전달체계, 지침만 탓하면서 책임을 피해가다보니 계속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4. 복지부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가정 환경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전이나 단수처럼 인간의 생존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면 곧바로 지자체와 정보 공유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이나 신고시 단전·단수, 건강보험, 각종 세금 등을 체납한 가구를 우선적으로 조사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차상위계층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을 통해 사각지대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수시로 하잖아요. 이때도 수도·전기료 등을 연체한 가구를 우선적으로 조사합니다. 그런데 수도·전기료 등이 3개월이상 연체되지 않아 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제외되는 경우도 있고, 이번처럼 3개월 이상되어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보고가 되었는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참으로 고무줄 대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단전, 단수는 물론 겨울에 가스요금을 체납한 가구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5. 위기 가정으로 지정되면 어떤 관리나 지원을 받습니까? 이번 경우 6개월 동안 방치된 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거 아닌가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위기가구를 위해 긴급복지제도 상 생계, 의료, 주거급여 등을 이용할 수 있고요. 이후 소득재산 조사를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으면 민간의 협력을 통해 민간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망에 이른 학대사건이기 때문에 매우 긴급한 상황임에도, 앞서 계속 지적한 것처럼 6개월에서 1년 정도 방치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거죠. 제도의 부실함과 복지전달체계 상의 미흡함, 관련 공무원들의 안일함 등이 동시에 다 드러난 겁니다. 작동하지 않는 제도는 무용지물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6. 뒤늦게 구미시가 동사무소에 연락했고 동사무소 직원이 이 가정에 찾아갔지만 아이를 직접 보지 못했고 이후 20대 여성이 아무 일 없다고 연락해서 더 이상의 조치가 없었다죠. 현재 아동학대 등이 의심돼도 부모가 아무 일 없다고 하면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습니까?(개선방향...)

코로나19로 대면상담을 못한 것도 있지만, 아동학대 임을 알고도 공무원이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할 수는 없거든요. 아동학대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건데, 이는 복지전달체계 부실과 공무원의 전문성 등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유사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거죠. 구미시는 2018년 5월 한 원룸에서 복지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20대 후반 아빠와 출생신고조차 못한 아들이 숨진 채 며칠이 지나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상황이 된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빈곤층의 죽음이나 학대피해아동의 죽음으로 제도가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7. 사건 발생 다음 날(2월 19일) 구미시는 ‘위기아동 발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동 1500여 명을 전수조사하고 학대 의심 아동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인데,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경북 구미시는 2018년 부자 사망사건때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고, 2019년 어린이집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동친화도시를 표방했거든요. 그리고 올 3세 아이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2월 19일 ‘위기아동 발굴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3일에는 ‘원룸 밀집지역 취약계층 발굴 보호 대책 간담회’를 개최했어요. 2018년과 유사한 대책 발표하고 전수조사한다고 요란떠는 것을 보면 경북도와 구미시의 대응은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을만 합니다.

8. 2018년 구미에서 아빠와 출생신고조차 못한 아이가 숨진 채 며칠이 지나 발견된 적 있는 등 위기아동, 위기가정 사건이 계속 되고 있죠. 그래서 전국 지자체에서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찾아가는 복지 상담과 복지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경북과 구미시의 상황은 어떤가요?

2018년 당시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보건복지부의 <2018년 1월-3월 시도별 찾아가는 복지상담 추진 현황> 자료를 분석하니, 경북은 읍면동 개소당 평균 상담건수가 전국 최하위인 53건에 불과해 전국 평균 214건에 비해 턱없이 낮고, 가장 높은 대구시의 909건의 17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또, 이번 사건으로 2020년 12월 말 통계를 보니까, 경북도는 읍면동 개소당 평균 건수가 562건으로 전국 평균 1,303건에 비해 여전히 최하위 수준입니다. 구미시의 경우는 초기상담 실적이 너무 저조하고, 기존 복지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상담 실적이 없는 읍면동도 있어요. 2년 넘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겁니다. 경북과 구미는 찾아가는 복지가 아니라 찾아오는 복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9. 지난해 12월 말 기준, 찾아가는 복지상담 추진 현황에서 경북은 최하위권인 반면 대구는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고요?
대구는 잘 시행되고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적어도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찾아가는 복지 실적은 전국에서 대구가 월등합니다. 전국 평균의 3배 이상이고, 경북보다 6.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 통계치만 갖고 사각지대를 전부 발굴하고 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만큼 대구시가 관심을 갖고 전달체계 구축과 복지공무원을 독려한 결과라고 보는데요. 상대적으로 경북도는 도농복합지역, 농촌지역 등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거의 무관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 우리가 걱정해야 할 또 한 명의 아이가 있죠. 사라진 20대 여성이 낳은 아이로 어디에 있는지 생사조차 모릅니다. 이건 무엇이 문제여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사망한 3살 여아의 친모인 석모씨가 시신을 유기하려다 포기한 정황이 드러나고, 숨진 여아를 자신의 딸인 김모씨가 낳은 딸로 둔갑시켜 바꿔치기한 후 실종된 김씨 딸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황인데요. 석씨는 유전자 검사결과도 부인하고 있어 마치 이 사건이 미스테리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가 보기에 본질을 출생신고 제도의 허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아동의 출생시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에게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등록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고, 이는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조치이기도 합니다.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되는 것이 아동인권의 시작이라는 거죠. 지금처럼 쉽게 보증인을 내세워 출생신고를 하면 불법입양, 아동매매, 아동실종사건과 연루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심각한 학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1. 위기가정,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책이 나오지만 사건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을 위해 지금 당장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더 이상 아동학대로 인한 죽음을 막지 못하고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정부나 지자체, 국회에서 제도 개선 논의를 해서는 안됩니다. 빨리 찾아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도를 시행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벌써 기피부서가 되고 있는데요.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의료기관, 관련 민간기관 등이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    름 :복지연합
날    짜 :2021-03-2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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