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코로나19 유행 때부터 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방역과 치료에 일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그 역할에 비해 평가절하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번 ‘함께하는 세상’은 대구시가 운영하는 유일한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을 점검하고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세 분을 모시고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1.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2019년 12월말)은 총 221개 기관으로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5.5%, 병상 수는 9.6%에 불과하다. 해외와 비교하면?(OECD 또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
김동은 : 한국의 공공병원 병상 수는 OECD 주요국에 크게 못 미친다. 전체 병상 대비 공공 병상 비율은 10.2%로 OECD 25개국 중 25위다. 프랑스 61.1%, 독일 40.7%, 일본은 27.2%다(2017년 기준).
김경옥 : 2021년 공공의료 설립 예산을 0원으로 편성,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은 1.3개로 OECD 평균 3.0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최소 스페인과 이탈리아 수준인 2.0명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시 지방의료원과 국공립병원들만이 사실상 제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실제 대구에서는 공공병상이 부족하여 3월 초 23,000여명이 집에서 대기해야 했고 3월 중순까지 75명의 사망자 중에서 17명이 입원도 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배지숙 : 한국은 병상수 대비 10.2%(OECD 평균 56.2%), 공공의료기관 수 대비 5.7%(OECD 평균 50.2%)로 절대적으로 낮다(보건복지부, 출처 http://stats.oecd.org (2020년 8월기준))
2. 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공공의료기관을 확대해야하는가?
배지숙 :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의료가 취약한 부분에 대해 시민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여주며 민간병원이 감염병 등의 대유행에 책임을 지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각종 사회재난에 대비한 공공의료기관의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은 : 공공병원은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유사시 방역 당국의 방침에 따라 신속하게 병원을 비우고 전담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아울러 취약 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건강 불평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진료의 표준을 제시하고 민간 병원을 견인함으로써 국민 의료비의 급증을 억제하는 역할도 기대 할 수 있다.
김경옥 :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은 지방의료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휘·감독과 함께 발전·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과 평가를 통한 해결책 제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의료취약계층과 공공의료사업 등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국가 재난 시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다. 향후 예상하지 못한 재난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그 기능 또한 강화하여야 한다.
3. 한국에서의 코로나19 공공병원의 진료실적이 77.7%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만큼 공공병원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대구의료원의 코로나19 환자의 진료실적은?(2월부터 지금까지) 이 실적은 대구 환자의 몇 % 정도인가?
김경옥 : 2월부터 현재(10.29.기준) 대구의료원에서 코로나 환자는 1,004명이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24시간 상시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에는 11,616명이 방문했다. 대구지역 확진자(7,155명) 14% 정도의 환자들이 대구의료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김동은 : 타 지역에 비해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에 입원해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대구에 공공병원이 사실상 414 병상의 대구의료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적 통계로 보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지난 3월~4월 코로나19 진료실적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77.7% 대 22.3%
4. 대구의료원은 2월 코로나19의 폭발적 발생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제외하고는 다 소거(환자 전원 등)했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그리고 지금 운영은?
김경옥 : 당시 대구지역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병상부족 사태로 인해 대구의료원 전 병동을 소개하고 입원 중인 환자들을 전원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대구의료원에는 의료급여환자, 만성질환자 등 장기 입원환자들이 많았으며, 타 의료기관에서도 입원이 원활하지 않고 거처도 마땅하지 않은 인원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에도 전원 조치한 환자들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였으며, 현재 입원, 외래, 검진 등 진료가 심각하게 저조한 상태다.
김동은 : 2월 21일 대구의료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분들에게 소개령(疏開令)이 떨어졌다. 말기 암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대구의료원을 주로 이용하던 취약 계층에게 전가되었다.
5. 2월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김동은 : 간호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고통을 격리병동에서 직접 지켜보며 힘들고 안타까웠다. 60여 명의 코로나 19 환자를 간호사 4명이 간호했다. 대체 인력이 없어 아파도 쉴 수 없었다. 격리 병동이라 간호 업무뿐만 아니라 배식, 청소 등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다. 간호 업무의 특성상 환자와 접촉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감염된 의료인의 대부분은 간호 인력
이다.
6. 다행스럽게 대구는 동산병원을 비롯 민간 상급종합병원도 코로나19 환자를 받았다. 물론 폭발적인 환자 급증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앞으로 민간병원의 동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차 유행이 오거나 다른 신종감염병이 출현하면 민간병원 동원 가능한가?
김동은 : 일부 병상 동원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중환자 치료에도 민간 종합병원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 많은 인력과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한 감염병 환자의 치료를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에 의지할 수만은 없다. 설치와 유지에 큰 비용이 드는 음압 병상 역시 민간 병원이 확충하기는 어렵다.
김경옥 : 현재 대구의료원의 기능만으로는 감염병 환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민간병원의 협조에 대한 사항은 대구의료원에서 요청사항이 아닌 대구시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로 보이며, 대구의료원을 제외하고 민간병원과는 협조체계를 사전에 구축하여 감염병 발생 시 대응체계를 가동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7.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저소득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료 사업은?
김경옥 : 대구의료원은 건강안전망 기능수행사업 12개, 미충족 보건의료서비스사업 12개 등 총 24개 공공의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시 중단 또는 연기된 상태였으나 외래진료를 재개하면서 공공의료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보다 실적은 미약한 상태다.
김동은 : 대구의료원이 2월 21일부터 코로나 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후 일정기간 동안 일반 진료가 어려워져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 취약 계층의 고통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 19 확산 시기에는 긴급의료비 지원 제도의 혜택조차 받기 어려웠다.
배지숙 : 코로나19로 2020년 6월까지 당초 공공의료사업 대비 18%, 예산 대비 29%만 지급해 공공의료가 멈춘 상태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8. 코로나19 등 신종감염병의 중증환자 치료를 대구의료원에서 충분히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를 위해 시급히 보강해야 할 것은?
배지숙 :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코로나19의 확산에서도 보았듯이 의료장비, 음압병상, 의료진 등 여러분야에서 시급히 보강이 되어야 향후 감염병의 확산에 대비할 수 있다.
김동은 : 대구의료원의 중환자 치료 역량을 높여야한다. 국가지정 음압 병상을 더 확충하고 에크모(체외막 산소공급장치), 인공호흡기 등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장비도 더 보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의료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국립대 병원과 연계해 대구의료원의 간호 인력에 대한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교육 및 수련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김경옥 : 대구의료원은 응급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응급실을 확충하여 연말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중증진료 강화를 위해 필수 진료시설 및 진료공간을 확충하여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최신 의료장비 CT 등 도입을 완료하여 시설과 장비 부문에서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었으나, 타 대도시 의료원 대비(서울의료원 대비 33%, 부산의료원 대비70%, 인천의료원 대비 54%) 절대
적으로 부족한 전문의 충원이 시급한 상태다.
9. 신임 대구의료원장 내정자 청문회가 10월 13일 있었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은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재정적자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동은 : 공공병원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저소득층, 취약 계층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착한 적자’다.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취약 계층의 건강권 증진 등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에 합당한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공병원의 적자를 문제 삼고 수익을 압박하면 공공병원이 공공병원답게 운영되기 어렵다. 대구의료원의 의료 급여환자 비율이 44%나 되기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경옥 : 지방의료원의 수익성과 공공성은 항상 논란의 소지가 되어왔다. 방만경영이 아닌 공익적 진료에 따른 손실로 인한 적자는 불가피하나, 만성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우수의료진을 확보하여 외과계열 활성화 및 중증진료기능 강화 등 대구의료원 자체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배지숙 : 공공의료병원에서 흑자 발생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흑자만을 주장하면 의료원으로서의 고유의 정책인 공공의료,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의 의료사업 비중이 낮아질 수도 있다. 제반여건을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10. 대구의료원의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이고, 대구의 다른 병원과 비교하면? 또, 대구의료원의 이직율은 왜 높은가?
김경옥 : 2019년 기준 입원환자의 43,7%를 의료급여환자가 차지하며 타 의료기관에 비해 높다. 이직과 관련하여 의사의 경우 연봉 등 시중의 타 대학병원이나 개인병원과차이가 있으며, 현재 대구시에서 필수 중증진료 강화를 위한 의사 인건비를 지원해 주고 있으므로 전문의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간호사의 경우 타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3교대 근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의료 취약계층의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입원시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언어 폭력, 욕설, 폭행, 음주 등). 건강상 문제, 높은 업무량과 육아, 사회적 분위기 등의 사유가 절대적이며 자체적으로 간호사 처우개선을 노력 중이다. 공공의료기관 역할 수행에 따른 정부차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11. 시민사회에서는 제2의 대구의료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고 대구시는 반대하고 있다. 제2 의료원 설립에 대한 입장과 필요하다면 이유는?
배지숙 : 지리적으로 서구에 위치하여 동구지역 등의 소외계층이 공공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며,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시민건강과 직결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안전망 구축을 위해 제2의료원의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은 : 대구에 공공병원 확충은 꼭 필요하다. 243만 대구에 공공병원다운 공공병원은 414병상의 대구의료원 하나뿐이며 반복되는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시가 말하는 대구의료원 확충과 시민 사회가 요구하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는 일이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김경옥 : 제2 대구의료원을 설립하면 의료취약계층의 건강 보장을 확대하고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대구의료원의 의지만으로 설립을 현실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책적 결정에 따라 추진이 된다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12. 신임 대구의료원 원장에게 대구의료원의 나아갈 방향과 운영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배지숙 : 공공의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업무 추진에 만전을 기하고 대구시민의 병원으로서 대구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목표의식을 갖고 리더쉽을 발휘하여 정책을 결단성 있게 추진하기를 바란다.
김동은 : 처음으로 대구의료원 내부에서 승진한 원장님이라 기대가 크다.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과 제2 의료원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한가지 바란다면 공공병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주셨으면 좋겠다.
13. 대구의료원이 이것만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김동은 : 시민들이 가진 공공병원에 대한 선입견이 바뀔 수 있게 노력해주시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약계층뿐만이 아니라 시민 누구에게나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좋은 병원’으로 대구의료원이 거듭나야 한다. 과목별 전문의 진료가 보장되는 종합병원, 취약 계층이 의지할 수 있는 병원, 수익성이 낮아도 필수의료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하는 병원, 사회적 재난에 의료 안전망의 기능을 하는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지숙 : 대구의료원에서 비인기과목의 진료과목도 제대로 갖추어 시민들이 어떠한 질환이 있더라고 대구의료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분발하여 주시고, 의료원 자체에서도 의료진 및 진료과목 등을 제대로 홍보하여 대구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기 바란다.
김경옥 : 타지역에 비해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부족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원은 공공의 역활을 더 확대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14.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을 간단하게?
배지숙 : 대구의료원이 대구시민을 위한, 대구시민의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김동은 : 대구의 코로나 19 1차 대유행 때 헌신해주신 대구의료원 의료진, 직원 덕분에 대구가 서서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0년 11월호 통권 27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