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몇몇 교육청이 코로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를 앞당기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야말로 이런 무상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데, 코로나가 불러온 고교 무상교육 시행에 궁금한 점들 짚어본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이 6월 3일(수) KBS 대구 ‘생생매거진 오늘’ 전화 인터뷰한 내용과 추가된 내용을 싣는다.
[질문 1]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이것부터 먼저 정리를 해주시죠.
우리나라는 OECD 37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였는데, 지난해 10월 31일 국회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올해 고교 2학년과 3학년, 2021년 내년에는 고등학생 1학년까지 하게 되어, 드디어 고교 전면 무상교육을 하게 됩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2010년부터, 멕시코도 2012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의 고교 무상교육은 OECD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늦었는가를 알 수 있죠.
[질문 2] 일부 교육청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앞당긴다는 발표는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네요.
그렇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올해 고2, 고3이 무상교육을 하기 때문에 제외대상인 고1의 무상교육을 일부 교육청에서 한 학기 앞당겨 시행한다는 겁니다. 부산시교육청은 5월 12일 코로나19 때문에 집행되지 못한 예산을 활용해 2학기부터 고1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동시에 6개월 일찍 시행한다고 밝히자마자, 경남, 서울, 대전, 세종시가 고교 전면 무상교육을 한 학기 앞당기겠다고 연이어 발표했어요.
반면, 제주도는 2018년부터 고교 전면 무상교육,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충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작년에 고교 무상교육·고교 무상급식·중학교 무상교복 등 3대 무상교육을 시작했어요. 전남은 2018년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이어 작년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교 전면 무상교육을 하는 교육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질문 3]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코로나로 집행하지 못한 예산을 무상교육으로 돌린다는 설명인데... 현재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교육청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처럼 별도 세금을 거두어 살림살이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과세권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중앙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방교육세를 받습니다. 교육청의 주요 재원은 의존재원이라는 거죠. 이외에 수업료, 이자수입 등의 자체수입이 있습니다. 특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비율이 2020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등을 감안해 20.46% → 20.79%로 인상되었습니다. 이 같은 조건은 모든 교육청이 동일하기 때문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시행하느냐는 예산 우선순위의 문제로 교육감의 의지에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교육청마다 교육감의 의지와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질문 4] 대구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무상급식도 아직 적용이 안 되고 있는데...다른 시도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커지게 됐네요...
대구와 경북이 동일한데요. 대구경북의 고1은 무상교육, 무상급식에 다 제외되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 할 수 있어요. 무상급식은 고3만 하고 되어 전국에서 가장 늦게 막차를 탔죠. 고1 학부모들은 일반고 기준으로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등 한해 180만원 가량의 교육비에 70만원 정도의 급식비를 내야 하니 거의 250만원 정도를 추가 부담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무상교복에 수학여행경비까지 지원하는 교육청도 늘고 있어 대구는 유독 교육복지가 취약합니다. 똑같은 교육세내고 대구경북 학부모들만 지역차별, 교육차별, 학년차별을 받고 있는데, 이를 대구 사회가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질문 5]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구시교육청이 어려운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고등학교 1학년에게 교육비를 지원하지 않았습니까? 교육청 입장에서는 이 역시 무상교육이니 차별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반론을 제시할 수 있는데요...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5월 6일 공사립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감면한다고 발표했어요. 분기당 등록금 42만원이니 총 84만원의 학부모 부담을 경감한거죠. 그러면서 2학기부터 전면 고교 무상교육을 하는 부산, 경남, 서울보다 선제적으로 시행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가계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원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구는 감염병재난지역으로, 부산, 경남, 서울과 피해규모가 더욱 심각해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화에 따라 학교교육의 차질이 백신 개발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학부모들은 당연히 2학기에도 등록금을 감면받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2학기에 등록금을 내라고 하면 대학생처럼 등록금 환불운동도 벌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 6] 코로나 피해 지원을 많이 해야 하니 무상교육에 쓸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것 아닐까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대구시교육청은 1학기때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고1 무상교육을 했기 때문에 2학기에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1 무상교육을 하는데 대략 130억에서 140억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청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든지, 이것이 힘이 들면, 대구시와 기초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예산을 분담하는 방식으로라도 2학기 고1 무상교육 예산을 확보해야 된다고 봅니다. 다른 교육청도 광역, 기초단체와 예산 분담하여 무상교육,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유독 대구만 지자체와의 협의가 지지부진하고, 기초단체의 참여는 거의 없습니다.
[질문 7]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은 2021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한 학기만 더 기다리면 된다가 아니라 한 학기라도 더 당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불평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고교 무상교육을 앞당겼듯이, 학생에게는 지역차별, 학년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구조적으로 공무원이나 대기업 재직자, 저소득층 자녀 등은 정부나 회사로부터 고교학비를 지원받지만, 코로나19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일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재직자, 비정규직 노동자 자녀들은 고교 학비를 직접 부담하고 있어 전염병 피해만큼 공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구시교육청은 이를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