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에서 복지로] 1. 4.15 총선, 토건에서 복지로 가는 마지막 기회
은재식 _ 복지연합 사무처장
<도시철도 엑스코선 필요한가? 헛공약 막개발 out>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4.15 총선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지만, 총선 시계는 계속 흘러 곧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로나19와 맞물려 토건에서 복지로 국가를 개조하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어느 지역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토건 공약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 정치가 개입되어 지역 차별을 심화시켰다. 선거에서는 언제나 헛공약 막개발 공약이 난무했고, 토건식 개발 공약이 없으면 마치 앙꼬없는 찐빵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필요한 SOC 사업은 해야 한다는 반문도 만만찮다. SOC 사업은 각종 용역사업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추진되는데, 우리 지역만 안 할 수 없다고, 또 없으면 지역홀대론을 제기한다. 그래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토건 공약을 내건다. 그런데, 이런 토건 사업은 어떻게 결정되고, 수요예측조사는 정확한가? 하는 의문이다. 참고로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경우, 당초 일일 이용객을 25만 명으로 예측했다가 15만 명으로 줄였으나 현재 이용객은 10만 명이 채 안 된다. 이로 인한 적자는 시민 부담이고, 대구시 적자의 대부분은 도시철도 건설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는 7천억이 소요되는 엑스코선을 추진하고 있고, 동구의 여당 후보는 여기에 추가로 3천억을 더 들여 추가노선까지 공약으로 내걸었다. SOC 사업은 대규모 건설비용뿐 아니라 관리유지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적자로 인한 시민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과연, 이런 사실을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가? 시민들이 부담을 안고서라도 건설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 돈으로 다른 곳 에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지, 논의와 합의가 반드시 요구된다.
<대구시 총계, 순계 세출예산 분석, SOC 강세>
대구시 본청의 순계예산을 분야별(14개 분야)로 들여다보면, SOC 분야가 강세임을 알 수 있다. 순계는 기초단체 지원, 특별회계 이전 등을 뺀 대구시가 집행하는 순수 예산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복지’ 와 ‘수송 및 교통’은 대구시가 집행하는 예산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일반공공행정은 공무원 인건비가 주이며, ‘수송 및 교통’ 등은 대표적 SOC 사업이다. 사실 토목공사는 시작하면 끝이 있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건설사업을 양산하기에 그 비율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 처음 지하철 공사를 할 때 ‘수송 및 교통’ 분야의 비율은 20%대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의 총계예산을 보면 ‘수송 및 교통’ 분야는 대략 12~14%를 차지해 순계와 별반 차이가 없어 대부분 대구시가 집행함을 알 수 있다. 반면, 복지와 보건은 기초자치단체 이전이 상당해, 복지의 경우 총계에서는 35% 전후지만 순계는 15% 정도에 불과하다.
<표> 대구시본청 세출 : 통합재정개요(예산) - 분야별 세출(순계, 당초)
<메디시티 대구, 코로나19 대유행이 남긴 교훈>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새 판을 짜야하는 고민에 빠졌다. 전염병 확산은 의료를 넘어 경제, 문화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 우리사회가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보여준다. 이 초유의 사태에 그나마 2015년 메르스의 경험은 위기를 극복하는 단초가 되었다. ‘메디시티 대구’를 10여년 간 외쳐 온 대구시 보건예산은 표에서 보듯이 1% 미만이고, 이중 신종감염병 대응예산은 메리스 이후 설치된 감염병관리지원단 6억원(시비 3억원)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매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전문가 집단이 바로 감염병관리지원단 소속 교수로, 이들조차 없었으면 어떻게 역학조사를 하고 대응했을지 앞이 깜깜할 정도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감염병 전담 병원을 만들어야 하며, 청도대남병원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은 그 존재만으로도 모두를 두렵게 한다. 바이러스가 주는 피해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피해의 기준은 사실상 ‘돈’이다. 대체로 부자들은 건강상태도 좋고 좋은 환경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 그래서 빈자들에게 보다 많은 피해가 간다. 복지시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코호트 격리당하고, 무료급식소는 문 닫고, 복지서비스는 중단되고,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는다. 코로나19 출구전략으로 지자체마다 재난기본소득을 제기하고 있고, 가장 피해를 본 대구시는 중위소득 85% 이하에게 월 52만원 3개월을 지원하는 긴급생계(생존)지원을 중앙정부에 요구했다. 대략 5천억원 규모로, 당장 죽어 가는 자영업자와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등을 살리는 긴급 지원이다. 역사적으로 위기 시 복지는 확대되어 왔다. 복지확대를 누구는 퍼주기이고 포퓰리즘이라 하지만, 대안사회를 향한 전망을 세운다면 공동체의 연대와 복지확대는 불가피하다. 바로 미래의 전망을 세운 정당이 4.15 총선에서 선택받아야 할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건설’, ‘○○조성’, ‘○○유치’가 대부분인 정당과 후보는 절대 뽑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는 토건 같은 공약 외에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국가적 사안, 시대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토건에서 복지로...」 4.15총선 기고 글을 받습니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0년 3월호 통권 27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