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광_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정책국장
영화 <컨테이전Contagion>은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19 재난과 유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하루에 3 천 번 이상 얼굴을 만지는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차단하고 정부가 가져다 줄 백신이라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더 영화적이다. 대 구는 지진, 풍수해, 각종 인적재난에 취약한 고담 시티로 유명하다. 마스크와 병상 부족 사태에도 청와대와 지자체는 말만 할 뿐 문제해결 능력은 별로 없다. 이 와중에도 마사회의 부정비리를 고발하고 생을 마감한 문중원 열사의 분향소를 침탈하거나 특별연장근로 시행 규칙 개악에나 신경을 쓰고 있으니 ‘대체 뭣이 중한디’ 라는 <곡성>의 대사가 떠오를 뿐이다. 위성정당이니 뭐니 하며 이전투구에만 급급한 기성 제도권 정당들의 행태도 꼴불견이다. 재난에 대한 철학적 빈곤이 실천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재사용 여부조차 결론 내리지 못하는 과학적 능력도 의심이 든다. 언론은 숫자 보여주기에 급급한 경마장식 보도를 일삼으며 공황을 조장한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한 가짜뉴스는 기승을 부리고 혐오와 공포는 더욱 확대된다. 상황에 대한 정의가 부정적이고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각개도생의 길을 찾아 나서며 희생양 만들기로 도피를 추구한다. 하지만 비난과 혐오와 희생양이 파괴된 일상을 복구해 주 진 못한다. 유일한 해법은 차분하게 재난대응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재난대응체계 구축의 핵심은 자원의 공적 활용과 우선순위 조정이다. 대구시장은 대통령한테 요구하기 전에 자신의 권한을 먼저 써서 종교시설, 체육시설, 연수시설 등을 병상 공간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타 지자체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대구의 경증환자를 받겠다는 광주공동체의 3·1선언은 귀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이 개 마스크를 팔아 돈을 벌기 전에 사람에게 공급할 마스크를 먼저 생산하도록 요구해야 했다. 노약자, 유질환자, 이주민, 장애인, 빈민 등의 재난취약층에 대한 특별지원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그뿐 아니라 노동단체와 시민사회에도 도움을 요청하여 물자와 그것을 이동시킬 인력과 의료인력 추가 확보도 해두어야 한다. 재난 기본소득제는 필수적이다.
안전의 기준은 사회마다 다르고 역사적으로도 차이가 난다. 안전하다는 감정은 유동적이다. 기술적으로도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성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 고로 완벽하게 안전한 사회는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대 응하여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보다 우리가 가진 시스템을 정비하고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난취약층을 최우선에 두고 말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지역의 총선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난에 대응 하는 복지공동체의 출현이 시급하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20년 3월호 통권 27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