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의회 앞 단식농성 (2012.9.)
은재식 _ 복지연합 사무처장
복지포퓰리즘 논쟁에 자초된 대구 무상급식
복지가 처음으로 선거에서 이슈화된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이 최대 화두였다. 2008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한 무상급식 열풍은 이제 보편화되어 고등학교까지 확대되었고,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까지 시행된다. 그러나 대구의 무상급식은 복지포퓰리즘 논란이 가열되어 전국 꼴찌라는 오명을 지금까지 벗지 못하고 있다. 2011년 대구의 무상급식 비율은 학생대비 16%(저소득층 선별급식), 학교대비 1~2%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로 무상급식의 불모지였음을 보여준다.
대구 첫 주민발의조례인 의무(무상)급식 조례제정운동 좌절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교조대구지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011년 8월19일 ‘친환경 의무급식조례제정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친환경의무급식조례 제정을 위해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받은 32,169명의 서명인명부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대구 첫 주민발의조례다. 까다로운 조건(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90분의 1 이상) 때문에 이후 상정된 주민발의조례는 없다. 대구에 거주하며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가 정확하게 기재된 법정 서명인 수는 당시 21,768명이었다. 전체 서명인 수의 78%에 해당되는 25,154명이 유효 서명인수로 집계되어 대구 첫 주민발의조례가 2012년 4월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되었다. 그런데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는 조례안을 받고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2년 9월11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과의 밀실야합을 통해 누더기 수정조례안을 1분 만에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에 은재식(복지연합 사무처장), 장태수(현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전형권(전 전교조대구지부장) 3명은 대구시의회 앞에서 9일 간 단식하며 본회의에서 재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끝내 무산되었다. 곧이어 ‘의회는 죽었다’며 대구시의회 앞 광장은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의무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는 하나마나한 누더기 수정조례안 통과의 책임을 물어 대구시의회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 주민소환을 달서구 선관위에 접수했다. 비록 불발되었지만, 대구에서 첫 주민소환운동도 이때 벌어졌다.
중산층 선별급식 논란, 원칙 없는 확대
무상급식 비율이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자 대구교육청은 여론을 의식해 2012년 저소득 무상급식 지원계획을 높이기 시작했다. 전체 학생 중 무상급식 비율을 36%에 맞추기 위해 최저생계비 200%이하 기준도 무시한 채 학교장 자의적 판단으로 대상자를 확대했고, 10월부터는 200명 이하 학교에서 400명 이하의 학교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2013년 초·중학생은 월 소득인증액(4인 가족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340%인 526만 원, 고등학교는 260%인 403만 원까지 지원신청을 받았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가혹한 소득재산조사가 뒤따랐다. 그 결과 2013년 12월 전체 학생대비 45.2%가 무상급식을 받았다(초 51.8%, 중 44.5%, 고 36.8%). 대구교육청이 세운 무상급식 기준은 그야말로 예산에 맞춘 것에 불과해 저소득층 선별급식이 아니라 중상층 선별급식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5년이 지나 2018년 대구 초·중·고의 무상급식 비율은 여전히 전국 최하인인 69.2%이었다(전국평균 82.5%).
17년 초등 4~6학년, 18년 초등 1~3학년, 2019년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초등 전면 무상급식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우동기 교육감의 2014년 지방선거 공통 공약이었으나 2년 간 예산분담을 놓고 핑퐁게임을 펼치다가 2016년 10월17일, 2018년까지 초등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합의했다. 그래도 전국 꼴찌의 불명예는 여전했다.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교육감은 중학교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교육청은 전국적으로 대다수의 지역에서 고교 무상급식을 하는데 대구만 중1을 한다고 하니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복지연합은 2018년 10월24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의 중학교 무상급식 단계별 시행을 결사 반대하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했고, 11월8일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 촉구 시민행동’이 결성되어 대구시의회와 대구시, 교육청을 압박했다. 그 결과 11월22일 권영진 대구시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등은 2019년부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기로 합의했다.
▲ 중학교 무상급식 촉구 시의회 피케팅 (2018. 11.)
2020년 고교 단계별 무상급식, 선별급식 해소 그날까지...
고교 무상급식으로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아 2018년 상황이 재연되었다. 권영진 시장은 돈이 없다며 ‘고교 무상급식 도입 속도조절, 예산 다이어트’를 주문했다. 이에 복지연합은 2015년에서 2019년까지 5년의 대구시 예산을 분석하여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임을 분명히 지적했다. 토목예산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낭비성, 로비성 예산을 삭감하면 0.25%(순계예산대비 0.5% 수준)에 불과한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충분히 시행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꼴찌의 무상급식 비율에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고교 무상급식의 불모지인 점도 여론을 급속도록 악화시켰다. 2019년 10월31일, 2020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합의했다. 그러나 내년 고1, 고2는 여전히 중위소득 104% 이하(월소득 480만원) 선별급식을 한다. 중위소득 104%는 그저 예산에 맞춰 대상을 선별한 것에 불과한 수치다. 그렇기에 복지연합은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조기에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대구 무상급식 불일치, 현 중3 완전배제
내년부터 고2, 고3은 고교 무상교육이 도입되어 입학금, 수업료 등 160만원의 교육비 혜택을 본다. 내년 고3은 무상급식(1인당 연 67만원)에 무상교육까지, 고2는 무상교육만 받지만 고1은 전혀 지원이 없다. 2019년 중학교 무상급식 도입 때는 정책의 연속성을 내세우며 중1부터 하려 했던 시와 교육청이 지금와서는 고 3학년부터 무상급식을 하는 것도 원칙 없다. 똑같은 교육세를 내지만, 현재 중3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 이런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연합은 끈질기게 고교 전면 무상급식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9년 11월호 통권 26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