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무(무상)급식 운동 마침내 결실을... 대구 의무급식운동 약사
▲ 30,478명 대구시민 서명 접수.(2011. 12.)
선거에서 복지가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한 초등 무상급식은 이제 보편화되어 고등학교까지 확대되었다. 2011년 기준 대구지역 무상급식 비율은 학생대비 16%, 학교대비 1~2%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였다. 대구는 2017년에 들어서 초등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2018년에 초등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했지만 69.2%로 전국 평균 82.5%에 한참 미달한 전국 꼴찌였다(2018년 3월 기준). 2019년에도 여론에 밀려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했지만 그래도 전국 꼴찌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매년 예산타령하며 무상급식 확대에 반대했다. 2019년 10월31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대구시의회 등은 고교 단계별 무상급식을 전격 선언하고 내년 고3부터 시작해 2022년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대구에서 첫 주민발의 조례를 시의회에 상정하고, 단식까지 불사하며 무상급식운동을 주도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전면 무상급식 실시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2011년부터 시작된 대구의 의무(무상)급식 운동을 정리했다.
대구 첫 주민발의조례인 의무(무상)급식 조례제정운동의 좌절
우리복지시민연합, 전교조대구지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011년 8월19일 ‘친환경 의무급식조례제정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9월 7일부터 서명 받아 12월1일 32,169명의 서명인명부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조례발의는 집행부(대구시와 교육청)와 대구시의회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지만 매우 까다롭다. 직접민주주의의 하나인 주민이 조례를 직접 발의하는 주민발의조례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90분의 1 이상 서명으로 발의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까지 정확해야 하는데, 법정 서명인 수는 당시 21,768명이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조직적인 서명운동 뿐 아니라 1주일에 여러 차례 대구백화점 등에서 서명을 받았고, 서명용지를 동별로 분류하는데 며칠간 꼬박 밤을 새웠다.
그 결과, 전체 서명인 수의 78%에 해당되는 25,154명이 유효 서명인수로 집계되어 대구 첫주민발의조례가 2012년 4월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되었다. ‘친환경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의 주민발의 조례안에는 ①2012년 초등학교, 2013년 중학교로 단계적 시행 ②의무급식에 필요한 경비 중 대구시 3/10이상 분담 ③안전하고 신선한 식재료의 공급과 생산과 수급, 예산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급식지원센터를 설치 등을 주 골자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는 조례안을 받고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2년 9월11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과의 밀실야합을 통해 누더기 수정조례안을 1분 만에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에 은재식, 장태수, 전형권 3명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9일 간 단식하며 본회의에서 재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끝내 무산되었다. 곧이어 ‘의회는 죽었다’며 대구시의회 앞 광장은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의무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는 이에 대한 책임으로 대구시의회 해당 상임위 위원장 주민소환을 달서구 선관위에 접수했다. 비록 불발되었지만, 대구에서 첫 주민소환이었다.
▲ 친환경의무급식 촉구 학부모 3보 1배(2012. 7.)
최악의 방법으로 학교급식 확대, 돈 없다던 대구시교육청의 순세계잉여금은 1,230억
대구교육청은 2012년 저소득 무상급식 지원계획인 36%에 미치지 못하자(학생대비 28%수준) 최저생계비 200%이하 기준도 무시한 채 학교장 자의적 판단으로 대상자를 확보하도록 했고, 10월부터는 200명 이하 학교에서 400명 이하의 학교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무상급식과 선별급식이 혼재하는 불평등 급식 논란을 야기했다. 400명이라는 기준도 애매모호하지만, 학생 수 기준으로 확대하는 곳은 대구가 거의 유일했다. 2013년 초·중학생은 월 소득인증액(4인 가족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340%인 526만 원, 고등학교는 260%인 403만 원까지 지원신청을 받았다(울산 200%). 학부모들의 가혹한 소득재산조사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 그 결과, 2013년 12월 전체 학생대비 45.2%가 무상급식을 받았다(초등학생 51.8%, 중학생 44.5%, 고등학생 36.8%). 저소득층 무상급식이 아니라 중상층 무상급식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5년이 지나 2018년 대구 초·중·고의 무상급식 비율은 여전히 전국 최하인인 69.2%이었다(전국평균 82.5%).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돈이 없어 의무급식을 할 수 없다고 했지만, 2011년 순세계잉여금이 초등학교 전면 의무급식을 해도 남을 1,230억 원이었다.
17년 초등 4~6학년, 18년 초등 1~3학년 실시, 2019년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운동으로...
초등 전면 무상급식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우동기 교육감의 2014년 지방선거 공통 공약이었으나 재정분담 문제로 2년 간 핑퐁게임을 펼쳤다. 사회적 압박이 날로 강해지자, 드디어 2016년 10월 17일 권영진 시장과 우동기 교육감은 2018년까지 초등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합의했
다. 다른 지역보다 대단히 늦었지만 2011년부터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끈질기게 전면 무상급식을 요구해 왔다.
▲ 대구시 의회 앞 단식농성.(2012. 9.)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교육감은 중학교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교육청은 내년 중1만 무상급식을 한다고 해서 또 다시 논란이 되었다. 내년이면 거의 대부분 지역이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하는데 대구만 중학교 무상급식이 논란이 된 것이다. 이에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2018년 10월24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의 중학교 무상급식 단계별 시행을 결사 반대하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했고, 11월8일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 촉구 시민행동’이 결성되어 대구시의회와 대구시, 교육청을 압박했다. 그 결과 11월22일 권영진 대구시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류한국 대구시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의 전격 합의로 2019년부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되었다.
2020년 고교 단계별 무상급식 실시, 여전히 남은 선별급식 해소 그날까지...
2019년 10월31일, 2018년 11월22일 상황이 재연되었다. 단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만 다를 뿐.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9년 10월24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내년 예산사정이 안 좋아 고교 무상급식 도입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감한 사업 다이어트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015년에서 2019년까지 대구시의 예산을 분석하여 최근 5년간 대구시 예산은 2.9%~11.5%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방세도 2.4~12.1%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대구시 순계예산대비 고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은 0.8%에 불과하며 오히려 토목예산인 SOC 관련 사업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낭비성, 로비성 예산을 삭감할 것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예산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국 꼴찌의 무상급식 비율에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고교 무상급식의 불모지로 남다 보니 여론도 급속히 악화되었다.
▲ 대구시의회 무상급식 날치기 통과 후 집회.(2012. 9.)
급기야 10월31일 2018년도를 재연하듯 대구시, 교육청, 대구시의회, 구청장·군수협의회의 4개 기관장들은 2020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2022년까지 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시행에 합의했다. 초·중·고등학생의 89%인 226,600명이 무상급식을 받는다. 이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고교 무상급식 불모지 탈출을 환영하며, 여전히 선별급식을 해야 하는 내년 고1, 고2에 대한 무상급식 조기시행을 촉구했다. 무상급식 기준이 왜 중위소득 104% 이하(월소득 480만원) 가구에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중위소득 104%는 그저 예산에 맞춰 대상을 선별한 것에 불과한 수치다. 똑같은 교육세를 내고 교실에서 차별받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 선별급식이 완전히 해소되는 그 날까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끝까지 이 문제를 놓지 않을 것이다.
초·중·고 무상급식 1,343억원, 학부모에게 사회임금으로 돌아가...
2020년 대구의 무상급식 예산은 1,343억원이다. 대구시 589억원, 구·군 42억원, 대구시교육청이 712억원을 분담한다. 만약, 무상급식을 하지 않았다면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돈이다. 연간 학생 1인당 67만원 정도 경감된다.
▲ 학부모의 가혹한 소득재산조사 규탄 기자회견.(2013. 3.)
우리나라는 열악한 복지로 대부분 노동을 통해 시장임금으로 생활한다. 상대적으로 복지체감도가 높은 건강보험의 경우, 매달 보험료를 내지만 암 등 큰 병에 걸려 수술할 때 경제적 부담을 낮추어준다. 일종의 사회임금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을수록 본인부담금은 낮아지기에 시민사회는 보장성강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사회임금이 높을수록 복지국가다. 무상급식 비용도 일종의 사회임금이다. 이번 무상급식 결정으로 학부모들이 아이의 급식비용으로 지출하던 돈을 사회임금으로 받게 되어 1명당 연 60~70만원의 임금효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빈곤층을 제외하고 대구시 전체로 본다면 연 1,000억 이상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10%도 못 미치는 사회임금 비중을 올리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 중학교 무상급식 촉구 시의회 피케팅 (2018.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