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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End & And

김상목 _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 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 결산

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4.4(목)부터 10(수)까지 1주일간 대구mbc 시네마M에서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8개국에서 온 29편의 영화(장편 16편, 단편 13편 / 다큐 18편, 극 9편, 애니 2편)가 각 2회씩 총 40회차 상영되었으며 총 관객은 자체집계로 1,574명에 달했다. 직전 9회 영화제 상영작이 38편으로 좀 더 많았으나 전년 상영작이 단편 위주 구성이었기 때문에 실제 장편 기준 상영작 규모나 상영 회차, 관객숫자로도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룬 셈이다. 그만큼 가장 많은 예산지출이 있기도 했다. 공동조직위원회 및 사무국은 영화제를 마치고도 여전히 재정 결산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런 내부 사정이 있긴 하지만, 대구경북에서 제일 큰 상영관인 시네마M(520석!)을 1주일간 전체 대관해 상영관으로 이용함은 물론 상영작의 중량감이나 기획력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영화제의 중심이라 할 공동조직위원회는 이번에도 33개 시민사회/노동/복지현장/보건의료/장애부문 단체들로 구성되어 보기 드문 사회운동단체 주도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갔다.

▶▶ 10회 영화제 기획 의도에 대하여

영화제는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시민들에게 공개되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은 1년 내내라고 보면 된다. 축제에는 돈이 든다. 영화제는 “Film Festival”이라는 영문 명칭처럼 영화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축제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축제에는 돈이 ‘많이’ 든다. 국내 대부분의 영화제와 달리 지역 사회운동이 ‘외화’되는 장으로 출발한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이기 때문에 조직위원회 참여단위와 시민후원으로 재정을 편성해야 하는 영화제는 매년마다 위기를 맞이한다. 조직위원회도 상설단위가 아니라 영화제가 마무리되면 휴지기에 접어들고 매년 새로 헤쳐모여를 거듭한다. 상시적 불안정성에 직면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만큼 흐름에 민감하고 마치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나 애니 캐릭터처럼, 시간제한을 안고 악당과 싸워야 하는 용사의 절박함이 체화된다. 늘 영화제를 준비하는 몇몇은 그런 고민을 안고 사는 중이다.

‘사회복지영화’라는 개념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호러영화’나 ‘SF영화’, ‘퀴어영화’는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가 있지만 ‘사회복지영화’는 개념을 구체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단순히 좁게만 보면 우리가 흔히 ‘사회복지영역’이라 생각하는 협의의 배경이나 소재를 다룬 영화가 ‘사회복지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모호하고 불투명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확장된 영역으로 이미 현실의 사회복지 문제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에 따른 실천으로 시민들의 인식 지평을 넓히고 닥쳐올 쟁점들을 정치권이나 전문가 집단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시민들의 교육과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을 우선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실상 미지의 바다로 항해하는 길을 걷는 중이다. 영화 한 편 한 편이 아니라 이번 해에는 어떤 주제나 화두를 던져야 할지를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영화를 과연 구해올 수 있는지 조건을 탐색하고, 극장 상영환경과 부대행사 준비 실무를 처리해야 하며, 그 영화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영화제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1년 내내 준비해 단 며칠간 검증받는 행사인 것이다.

2019년 10회 영화제는 ‘10회’라는 상징성으로 기억될 테지만, 영화제가 주장했던 표제어는 “복지의 소외된 공간들”이었다. 한국의 사회복지는 자생적인 개념이기보단, 현대 서구사회에서 자본주의 체제 이후 발생한 노동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회현안을 봉합하기 위한 정책들을 이식한 것에 가깝다. 그런 과정에다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다는 급격한 압축 근·현대를 거치며 타국에 비해 몇배는 빠르게 사회가 변화되다 보니 아직 전통적 개념의 사회복지체제도 완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21세기 들어 발생하는 수많은 쟁점들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양면전선에 놓인 셈이다. 그 와중에 예산과 제도에 가로막힌 채 표류하는 쟁점들을 조명하는 기획이 10회 영화제의 표제어인 셈이다. 매년 영화제의 상징이 되는 것은 개막작과 폐막작이었고, 올해는 특히나 더 그랬다. ‘글로컬’이라는 표현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개막작 <개를 위한 민주주의>와 폐막작 <졸업>의 조합은 충분히 ‘글로컬’에 걸맞았다는 생각이다.

▶▶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구현된 10회 영화제의 화두

<개를 위한 민주주의>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지속적으로 소개해온 그리스 위기상황의 현재형이다. 전설이 된 아테네 광장의 시위견 ‘루카니코스’와 그 일족들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거리의 노숙인과 시위대, 세계적 쟁점이 된 지중해 난민들을 소개하며 확장된다. ‘경제성장’과 ‘국민’으로 국한된 전통적인 사회복지 개념으로는 국외자들이 주역(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한 비국민 주인공들)인 작품을 통해 21세기 사회복지에 대한 도전과 과제를 성찰할 수 있다. <졸업>은 얼핏 다른 동네 이야기 같지만, 과연 지역에는 작품 속 배경인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비리로 퇴출되었던 사학재단 같은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면 섬뜩할 체험이다. 상식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많은 걸 희생해야 했던 이제는 졸업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공공성을 견지해야 할 교육과 복지 영역 전달체계를 민간에 떠맡기고, 그 결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문어발 확장을 거듭해 권력집단이 된 교육(복지) 마피아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개막작과 폐막작만으로 10회 영화제 표제어 스토리텔링이 얼추 완성된 것이다.

▶▶ 10회 영화제가 남긴 숙제들

10회쯤 되면 이제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것 아니냐? 는이야기를 준비과정에서 참 많이 들었다. 늘 그런 소리 마시라고 정색을 했던 건 엄살이 아니다. 중압감은 한없이 높아졌지만 정작 영화제를 둘러싼 근본 구조는 바뀐 게 없었으니. 상영관이 커져서 좋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 광활한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몇 배로 고난이도가 되었고, 작은 극장에 익숙하던 행사 실무는 안드로메다로 멀어져버렸다. 절대 관객 수는 늘었지만 극장에 걸맞은 관객으로 기대했던데에는 미치지 못해 수치적으로는 흡족하지만 피부에 닿는 느낌은 현저히 낮았다. 급하게 상영관이 확정되고 실무의 기하급수적 확대로 꼼꼼하게 행사를 챙기던 잔재미가 사라졌다. 타 영화제에 비해선 정말 허리띠 졸라매고 상상도 못할 저예산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조차도 기존의 조직위원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된 셈이다.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이제 방향과 전망 논의를 본격적으로 돌입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준 게 10회 영화제의 가장 큰 의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회 영화제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 2020년에 시민들과 만날지 정해진 바는 없다.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작고 소박한 커뮤니티 기획 상영으로 회귀할지, 영역과 참여를 개방하며 주제영화제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 노력할지,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경계에 서 있다. 현존하는 전국 유일의 사회복지 주제영화제로서 시민들은 물론, 영화계에서 과분한 기대와 역할을 주문받는 상황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길을 가야 앞으로의 사회복지운동 및 시민들의 토론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활용될지, 조직위 내 토론은 올해 하반기 내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11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로의 항해를 응원해주시라.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9년 5월호 통권 260호

 

 

이    름 :복지연합
날    짜 :2019-05-15(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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