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사(思)업장 탐방 (14)] 환자 믿고 맡기세요. 환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희망간병’
▲ 여상귀 회원
■ 여상귀 _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경북대병원 간병분회장
■ 인터뷰 정리 : 이샛별 _ 우리복지시민연합 활동가
병원에는 환자, 의료진, 보호자 외에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24시간동안 환자를 보호하는 간병사다. 환자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환자에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환자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의 변화를 지켜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상귀 공공운수노조 돌봄지부 경북대병원 간병분회장을 만났다.
◇ 어떻게 간병사를 시작하셨는지?
시부모님 간병을 하려고 간병 공부를 했고, 이후에 경북대병원에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가 간병사로 할 것을 제안 받았다. 십 오년 정도 간병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노동조합에서 간병분회장을 맡게 되었다.
◇ 간병노동은 몸은 힘들고 월급은 적은 일
간병사들은 24시간동안 9만원을 번다. 시간당 3750원, 최저시급의 반 정도 되는 금액이다. 이렇게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하다. 환자 보호자가 당장 내일 나오지 말라고 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또, 간병 외의 일을 요구받기도 하고 각종 재해와 병원 내 감염병에도 노출되어 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는 간병사도 많다. 몇 해 전, 다른 지역에서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간병사가 찔린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간병사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산업재해보험과 같은 근로 중 사고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로 오히려 쉬는 날에는 병원에서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게 간병사의 일상이다.
▲ 여상귀·송주용(돌봄지부 경북대병원 간병부분회장)
◇ 간병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몇 년 전, 한 학생이 이층에서 떨어져서 목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환자 어머니와 겨우 연락이 닿았지만 학생을 돌볼 수 없다는 이야기만 남겼다. 그래도 계속 돌봤다. 간병하는 데 물품이 필요해 수간호사 선생님께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동료 간병사들이 여유분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삼일 정도 지난 날 밤, 어떤 중년의 남성이 환자를 찾아왔다. 환자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그 남성이 물었다. “아주머니는 간병비를 어떻게 받으려고 여기서 일을 하느냐”고. 내가 일로 간병을 하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고 환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 환자를 돌보고 있으면 언젠가 보호자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그 사람이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도 않은 채 가버렸다. 일주일 정도 지나고 그 남성이 가족들과 같이 왔다. 환자의 삼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가정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 일주일 새에 환자는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할머니도 알아보고 가족들을 만나서 참 좋아했다. 환자의 삼촌은 일주일 전에 왔을 때 나의 대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희망간병이 내 조카를 돌봤는데 이제 내가 조카를 데리고 가서 가르치고 돌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일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지만 환자가 완쾌해서 퇴원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받기까지
처음에는 간병교육 수료증만 있으면 간병사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 노인장기요양법이 생기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필요했다. 하루 일하고 하루는 공부했다. 시어른도 계셨고 집에 제사도 많아서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매일매일 바빠서 동동거리면서 살았다. 그래도 동료들과 재밌게 공부하고 시아버지께서 지원해주셔서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
◇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는지
1997년부터 경북대병원에서 간병사를 1년 계약으로 공개채용을 했었다. 그렇게 매년 재계약을 하면서 근무를 했는데 2007년도에 2년을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정직원으로 전환해야하는 비정규직법이 제정되었다. 그래서 2007년 6월,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기지만 병원은 병원과 간병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간병사들 명찰을 회수하고, 식권을 발급하지 않고 간병사 사물함이 있는 공간을 폐쇄했다. 그리고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간병사들이 노동조합 문을 두드리는 계기였다. 2007년 7월 9일부터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까지 두 시간동안 1층 로비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투쟁을 했다. 10년 전부터 계약을 했는데 경북대병원은 하루아침에 간병사들을 해고한 셈이다. 우리도 여기서 일하는데 식권을 달라고, 우리 일을 지켜야 했고 탈의실로 사용하는 사무실을 다시 달라고 했다. 80일동안 점심시간을 1층 로비에서 보냈다.
그 결과, 병원에서 ‘희망간병’의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하고 사무실 사용, 월례교육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 월 1회 제공, 식권 제공 등 약속을 받고 병원과 합의를 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올 8월 22일에 동산병원에도 간병분회가 생겼다. 간병분회를 더 많이 만들고 중노동 저임금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 노동조합이 활성화되기를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가족에 불이익이 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오해들이 잘 풀어졌으면 좋겠다.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어야 간병의 질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 2008년 대구지역 간병현황 실태조사 토론회
◇ 우리복지시민연합에 한 마디를 남긴다면
(후원)회비로 운영하는 복지연합에서 사회적으로 하는 일이 크다. 이곳에 누구든지 참가했으면 좋겠다. 나도 내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복지시민연합을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9월호 통권 24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