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재_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정부의 갑작스러운 성주사드배치 발표에 성주군청 앞은 군민들의 촛불집회가 매일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박근혜가 구속되고, 졸속·불법적인 사드배치과정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검은 손 몇몇의 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꼴은 알고 있으니 과정들은 생략하고 이야기를 풀어본다.
작년 여름, 안팎으로 바쁜 일들이 있었지만 성주에는 가야만 했고, 자가용이 없어 오너드라이버 최병우 쌤을 꼬셔 매주 금요일 성주로 향했다. 맨 처음 성주군민들이 모였던 이유는 ‘왜 하필 우리 동네고?’였을 것이다. ‘왜 하필’이란 생각은 전국 어디에 사드를 갖다놓았어도 마찬가지. 여하튼 정부는 촛불집회가 지속되자 사드배치 최적지라던 성주군 성산포대에서 성주군 소성리 롯데골프장이 최적지라며 번복했다. 그리고 성주군수는 촛불대오에서 도망갔고 성주군청 앞 집회장소도 막아버렸다. 군민들은 인도에서 집회를 계속했지만 매일 2천 명 가깝던 사람은 많이 줄었다. 촛불에 남은 군민들의 생각이 우선이고, 선택은 그들의 몫이었다. 어떠한 선택을 해도 비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지속된 촛불집회에서 성주군민들은 그냥 반대만 한 것이 아니었다. 사드로 인해 무작정으로 믿었던 무능력한 정부와 부역자들의 비리를 보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민중을 외면하는 언론들을 보았고, 빨갱이 폭동이라고 알고 있던 광주민주화항쟁과 그들의 고통을 알았고, 마지막으로 바보 같았던 자기 자신들을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성주가 아니기 때문에 촛불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사드가 한반도에서 떠나갈 때까지 매일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19대 대선에서 성주군민 50%가 이전 정부에 투표를 했다며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왔다. 타 지역이었으면 단 1%도 표를 주지 않았을 것처럼 말하며,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라는 식의 무책임 한 글들에 화가 났다. 성주군청 앞, 소성리 마을회관의 촛불집회에 한 번 와보고 이야기를 하라. 기존의 85%에서 35%나 눈을 떴다고 보는 게 옳지 않겠나?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성주에서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그리 힘들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가끔은 피곤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는 길은 피곤한데 돌아올 때는 되려 힘이 난다. 성주집회에서 노래하기 전 ‘성주가 낳은 가수~ 황성재씨를 소개합니다~’라고 할 때면 피곤함은 사라진다.
이렇게 1년 가까이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 나서가 아니다. 매주 황가수를 태우고 다닌다고 고생했고, 고생 중이신 김승남, 정용태, 제종섭, 최병우(일명 매니져1~4)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민주화의 성지 광주’와 함께, ‘평화의 성지 성주’가 되길 바란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6월호 통권 23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