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지진 후 형광등이 떨어지고 천장 석면텍스가 파손된 한 학교 / 사진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1급 발암 물질로 알려진 석면이 여전히 학교 현장에 많이 남아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학교 석면 현황을 정보청구하여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하면서 빠른 철거와 아울러 공사 시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권 확보를 요구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뒤늦게 올해 138개 학교에 석면을 철거한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학교의 석면실태와 철거작업에 대해 알아본다.
대구시교육청이 밝힌 올해 학교 내 석면철거,
수치상으로 보면 이전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석면교체를 위해 148억원을 투입해 138교, 2,746 교실에 대한 교체작업을 할 예정이다. 면적으로 보면 대략 184,000㎡에 해당되며, 최근 5년간 석면을 가장 많이 교체하는 셈이다.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구시교육청 전체 학교 중 석면학교는 60%이고 무석면 학교는 40% 수준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실부터 석면을 제거하고 있어 올해 석면 교체 작업 후 학교 내 석면면적은 대략 4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5개년 교육환경개선사업으로 2020년까지 석면을 모두 제거한다는 목표로 올해 대규모 석면제거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학교 내, 교실 내에 석면이라고 하면, 천정에 주로 쓰인건가?
천정재가 거의 대부분이고, 벽체재료와 칸막이, 분무재로도 사용했다. 많은 학교에서 천장 마감재로 쓰는 것은 ‘텍스’다. 텍스는 약 6％ 농도의 석면이 함유된 석면마감재로 평소엔 내장재로 사용돼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지만, 외부 충격이나 노후된 건물 벽과 천장의 갈라진 틈 사이로 석면가루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석면은 예전에는 가격대비 효율이 좋아 건축자재로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급 발암물질(Group1)로, 미세한 분진형태로 대기 중으로 쉽게 흩어지는데, 호흡기로 들이마시게 되면 폐에 석면섬유가 꽂혀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석면이 실제 학생들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석면은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기 침투를 통해 10에서 40년간의 잠복기를 갖고 암을 유발시키는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석면은 단일물질로는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성 암에 걸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물질이다. 석면을 ‘소리없는 살인자’ ‘죽음의 물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렇게 위험한 물질이기에 교육청 차원에서도 석면 위해성 평가를 한다. 대구에서는 유치원 4곳과 초중등교 각 1곳씩 모두 6개 학교가 ‘위해성 중간 등급’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학교는 ‘위해성 낮음’ 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위해성 평가는 1차적으로 학교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진동이나 누수에 의한 잠재적 손상 가능성, 석면함유량, 인체노출 가능성 등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직접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하지 않기 때문에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가동시 생기는 진동과 기류, 누수에 의한 석면의 잠재적 손상은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거다. 위해성 평가과정에 의문이 든다.
[참고] 위해성 평가는 진동이나 누수에 의한 잠재적 손상 가능성, 석면함유량, 인체노출 가능성 등을 평가(0∼3점)해 20점 이상이면 높음, 12∼19점은 중간, 11점 이하는 낮음 등급으로 평가한다.
▲ 사진 : SBS
석면이 있는 학교 비중이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석면이 0.1%이상 함유된 건축자재의 제품은 제조, 수입,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구지역 전체 822개 학교 가운데 석면학교는 493곳으로 60%에 이른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가 185교로 가장 많고 유치원은 114곳, 중학교는 108곳, 고등학교는 80곳, 특수학교는 6곳이다. 건축물 연면적이 넓을수록 석면자재 함량도 높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의 석면 자재 함량이 가장 높다. 석면학교 비율이 2014년 63.9%에서 2016년 60%로 조금 낮아졌지만, 수 년째 대구 석면함유 학교 비율은 60%대로 그간 석면 철거 작업이 양적으로는 큰 진전이 없었다. 이것은 교실 LED 등이나 에어컨 교체 때에 한해 석면도 함께 철저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정감사때 마다 학교 내 석면 문제가 나왔고, 특히 지난해 경주 지진 때 학교 천장이 내려앉으면서 석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일이 있어서 철거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 최근 경주 지진과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생활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석면 학교에 대한 철거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경주 지진 후 한 학교 교실에서는 석면 자제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석면 철거 학교 수와 예산을 대폭 늘리는 추세인데, 대구교육청도 교육부 지침에 의해 교육환경시설개선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까지 학교 석면 전부를 철거할 계획이다. 그에 따라 2011년 7억에 불과한 예산이 지난해 75억, 올해는 14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이 같은 수치는 앞서 6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철거율로, 5계년 계획에 의해 대구에서만 2020년까지 천6백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런데, 예산 못지않게 철거 과정이 중요하다.
석면 철거는 '석면 건축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석면 함유율이 1%를 초과하거나 면적이 50㎡ 이상일 경우 법적 관리대상으로 해체시 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 또 철거할 때 발생하는 석면 비산먼지가 인체에 흡수되면 폐암,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할 수 있어 학교 건축물은 방학 중 철거가 원칙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해체 작업을 할 때는 석면분진이 주변에 흩날리지 않도록 고성능필터가 장착된 석면분진 포집장치를 가동하는 등 규정에 맞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안전장치를 제대로 한 후 작업 하는지, 작업 후에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
주5일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 방학이 상당히 짧아졌다.
방학 중 철거를 하려면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서둘러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 석면없는 학교를 빨리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올해부터 석면 철거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고, 방학 중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니 동시에 전면 철거공사를 해야 한다. 방학 중에 동시에 전면철거공사를 할 정도로 공사업체가 많은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방학 중에도 방과후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어 필요시 휴업명령과 이에 따르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고, 석면 철거 공사를 하는 학교는 사전에 학부모에게 공사시기, 공사대상 공간 등을 상세히 알려 학생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 최근 경북 북부의 모 초등학교의 경우 공사업자가 공사 후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교사와 학생들이 청소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과 각 학교는 공사 과정은 물론 공사 후 안전문제가 확보될 때만 교실 등을 개방하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2020년, 빠르면 2019년까지 학교 내 석면 철거를 마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보공개는 되고 있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석면안전관리법 시행 이후 전문기관에 의뢰해 2년여간 진행된 학교 건축물 석면 사용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가 2015년에 나와도 시민과 학부모들은 잘 모르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에 1만4200개 가량 학교가 석면 건출물로 확인했고, 지진 등으로 학교 석면건축물이 손상되면 학생 및 교직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각 학교에 석면관리 매뉴얼과 교직원 가이드북 등을 제작해 안내하고 있다지만 다분히 형식적이다. 법에 의해 학교에서는 석면지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비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것도 단순한 행정서류에 불과해 석면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올해 대구지역 석면 철거 대상 학교에 대한 정보도 우리복지시민연합이 교육청에 정보청구하여 받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함으로써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교육청과 각 학교가 관련 정보를 캐비넷에 넣어두면 뭐하나? 적극적으로 관련한 자료를 공개해야 된다. 학부모들이 석면 공사 전 과정을 모니터 해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 위 내용은 11월17일 대구KBS 라디오 ‘생생매거진 오늘’에 은재식 사무처장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