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식_ 복지연합 사무처장
검찰의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횡령사건 수사가 세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호에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하여 집중 싣는다.
▷ 비자금 폭로 입막음으로 1억 2천만 원을 건넨수상한 뒷거래, 눈덩이처럼 의혹 더 커져...
비자금 수사의 핵심 인물은 바로 전직 회계직원인 이모씨다. 이모씨는 2014년 7월 경 비자금을 폭로한다며 당시 배모 원장신부를 공갈 협박해 1,000만원 수표 12장, 1억 2천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되었으나, 12월 23일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받고 풀려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신부가 건넨 돈이 누구의 돈이며, 1억 2천만 원을 줄 정도면 비자금 규모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의혹만 눈덩이처럼 더 커지고 있다.
▷ 1억 2천만 원을 건넨 배모 신부의 피해자 코스프레?
12월 23일 법원은 ‘사건 범행 수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갈취 내지 편취 금액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잘못을 뉘우치고, 과거 전력이 없으며 9천만 원의 공탁금과 피해자 배모 신부의 선처(탄원서)를 고려’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이 모씨의 비자금 폭로 협박에 배모 신부가 겁을 먹어 1,000만원 자기앞수표를 12매, 1억 2천만 원을 건네준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배모 신부는 비자금을 폭로하겠다니까 1억 2천만 원 준 것도 모자라 가해자를 위한 탄원서를 내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하지 않았으면 왜 1억 2천만 원을 건넸을까? 도둑이 제발 저려 입막음으로 돈을 준 사람이 피해자로 둔갑되었다.
▷ 검찰 비자금 통장 확인, 하나 뿐인가?
12월 23일 이모씨의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봐주기, 짜맞추기식 수사와 판결이라고 비난하자, 검찰은 26일 출입기자와의 티타임에서 비자금 통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모씨 판결문에 나와 있는 송모씨 통장이 바로 비자금 통장이라는 것. 그러나 좀 더 비자금 수사를 해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시민사회단체에 제보된 편지에는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되는 비자금 통장을 암시하고 있고, 비자금 규모로 봐서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분산해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 통장사본을 찾아라! 검찰 뒤늦은 계좌추적 의혹?
▲ 엑셀 내용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희망원과 부식납품업체가 짜고 단가와 수량 부풀리기, 허위청구를 통해 3억 1,500만원을 횡령한 증거자료는 검찰에 있다. 부식비 횡령금액은 희망원 한해 부식비의 30%규모다. 엑셀로 작업한 이 증거자료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잘 정리된 비자금 문서다. 이렇게 잘 정리한 자료를 한해만 작성했을 리 없기에 2012년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오래전부터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희망원대책위는 2016년 여름에 이 비자금 자료를 간접적으로 입수했다. 입수 당시 차명계좌의 통장사본까지 주는 것으로 되었으나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통장사본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검찰은 비자금을 조성한 희망원 회계과장 수녀와 납품업체 관계자의 통장을 계좌추적하기 시작했다.사건 초기 계좌추적을 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 혼자 독박? 비자금 어디까지 흘러갔나?
검찰은 비자금 통장을 확인했으니 비자금 조성규모와 어디까지 흘러가서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반면, 배 모 신부는 비자금 폭로 입막음으로 건넨 1억 2천만 원은 개인 돈이고, 조성한 비자금은 다시 희망원 운영비로 재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 모 신부 주장처럼 건넨 돈이 개인 돈이라면 배 신부는 비자금 조성의 주범으로 1차적으로 구속되어야 할 당사자다. 어찌되었건 배 모 전 원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천주교대구대교구까지 미칠 비자금 수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최악의 경우 혼자 ‘독박’을 쓰겠다는 것이다. 비자금을 재투자했다는 식의 변명은 복지시설 비리 주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물타기 방식이지만, 그러나 비자금이 다시 희망원으로 들어온 흔적은 없다.
▷ 희망원과 천주교대구대교구 비자금 부인해 오지 않았나?
희망원과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비자금 자료에 대해 ‘처음 보는 자료다’,‘ 사실무근이다’라고 지금까지 반문해 왔다. 11월 8일 운영권 반납 당시에도 비자금에 대한 일체 언급 없이 언론과 시민단체 때문에 정상적운영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적어도 천주교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은 2014년 7월 이전에 비자금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신부들이 이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 검찰 수사가 비판받는 이유들? 그리고 어떻게?
▲ 검찰청 앞 기자회견
그동안 검찰은 정권에 눈치 보며 국민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종교계에 눈치를 보면서 부실, 축소, 봐주기, 꼬리자르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생각이다. 인권유린과 횡령 등으로 언론과 국감, 인권위 등에서 제2 형제복지원 사건이라고 비난을 받는 희망원이지만, 전직 직원이나 하위직만 현재 구속되고 기소되었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도 없이 찔끔찔끔 수사내용을 흘리며 여론눈치를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외압에 검찰이 무릎 꿇었다고 한다. 원장신부나 간부 중 누구하나 구속된 이도 없기 때문이다. 과연 검찰은 비자금 실체를 밝혀낼까? 검찰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성역 없는 수사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7년 1월호 통권 23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