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각종 의혹이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11월28일 발표했다. 36년간 희망원을 운영한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대구시에 희망원 운영권을 반납한 상태다. 인권위 조사 결과와 대구희망원대책위 입장을 알아본다.
인권유린과 여러 비리 의혹이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 발표, 대구희망원대책위 소극적, 보수적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4월부터 조사를 시작하여 11월28일 직권조사 주요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사망사건 부당 처리 △장애인·노숙인 폭행·학대 △급식비 횡령 △거주인에 대한 부당한 작업 지시와 노동착취 등이다. 지난 8월부터 꾸준히 제기된 희망원의 인권침해와 급식비 횡령 등을 접하면서 지역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모두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인권위 결정문은 지금 희망원의 문제해결에 있어 의혹 수준의 내용을 국가기관에서 재확인해 주었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소극적, 보수적 결정문이라는 것.
▲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결의대회
생활인 사망과 인권침해 관련,
인권위의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가장 큰 의혹은 과다사망이었다. 2010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사망자가 309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중 약 10%인 외인사 8건과 병사 21건 등 적어도 29명이 시설 관계자 및 의료인 등의 관리 소홀과 사망진단서 허위 작성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노숙인 재활시설의 병사자 201명 중 17명 이상이 취침 중 원인 불명으로, 또는 기도 폐쇄·낙상 등으로 치료 중 각각 사망했지만 사망 경위에 대한 파악도 없이 희망원 내 부속 의원 공중보건의가 단순병사로 처리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또한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의 생활교사 3명은 지적·정신장애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몽둥이 등으로 상습 폭행하고, 음식물을 방바닥에 던져 주워 먹게 하고, 기합을 주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10월간에만 3억원 이상의 부식비를 횡령하고, 1일 1만원으로 24시간 간병도우미를 시키는 등 노동착취가 식사, 배식, 청소, 세탁 등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인권위의 조치사항은?
폭행/학대 관련 가해자 3명은 검찰에 고발하고, 외인사로 사망 진단을 내리고도 변사체 신고를 하지 않거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의료인과 횡령과 배임혐의로 급식관련자 각 1명을 수사의뢰했다. 사망사건 등 인권침해와 관련된 종사자들에 대해선 대구시에 징계를 요청했다. 희망원은 시립시설이기 때문에 희망원 문제의 상당한 책임은 사실상 대구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인권위는 지도감독 소홀 등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조치는 물론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의 위탁운영 취소, 보조금 환수,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노숙인 수용정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대구희망원대책위, 인권위의 조사결과와 권고에 대한 입장
인권위가 인권침해와 비리의혹을 확인했고, 36년간 위탁해온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의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지적하면서도 전, 현직 시설장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고, 설립주체이자 공유재산 관리자인 대구시에 대해서는 실질적 조치를 권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인권위 진정결과는 소극적이고 보수적인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에 대해 일차적으로 재단과 재단에서 파견된 원장신부들과 간부들이 직, 간접적으로 책임져야 하는데, 일부 직접적 가해자인 시설 종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꼬리자르기라며 비난했다.
소극적이고 꼬리 자르기 처방이라는 지적, 어떤 부분이 미흡한가?
인권위는 지난 2011년 전남 소재의 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폭행사건과 관련, 가해자들을 검찰 고발 및 수사 의뢰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시설을 폐쇄할 것을 권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희망원은 이들 사건과 비교해도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인권위가 1,200명이라는 대규모 수용시설에 대해 시설 폐쇄 권고를 내리기가 부담스러워 다분히 정략적으로 판단을 한 것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희망원은 민간복지시설이 아니라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립시설이고, 지자체가 이런 대규모 수용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대구 뿐이다. UN장애인권리협약, 세계인권선언 어디에도 지방정부가 이런 대규모 수용시설을 운영하면서 사회와 격리시키는 조항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시설폐쇄를 권고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미흡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늑장대응한 것은 아닌가?
사건을 지난 4월에 접수해 11월말에 발표했다. 그 중간에 국회 국정감사가 있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방영되고, 검찰수사도 진행되었다. 처음 인권위는 9월말 경에 발표한다고 했다가 추가 조사도 있었지만 2달이나 연기했다. 그 과정에 수탁법인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오히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때문에 정상운영을 못한다면서 11월8일 운영권을 대구시에 반납했다. 인권위 권고처럼 대구시가 위탁을 취하해야 하는데, 오히려 운영재단이 큰 소리치며 더 이상 못하겠다며 반납한 것이다. 그동안 대구시는 인권위 결과를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방관자였다. 결과적으로 인권위가 결과발표를 눈치보며 미적거리는 바람에 책임주체들이 모두 피해나갈 구멍을 열어둔 셈이 되고, 그 과정에 많은 증거가 인멸되기도 했다.
▲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과 횡령, 비리 고발 기자회견
검찰 수사는 지금 어디, 구속된 전 회계직원 입막음으로 1억 제공.
검찰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질책받은 후 10월 하순경에 압수수색을 했다. 그러나 희망원은 사전에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상당부분 시도했으며, 조사과정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면서 운영재단은 적당한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성역없는 수사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비자금 조성 자료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구속된 전 회계직원 이모씨로부터 1억원 이라는 돈이 입막음으로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연 이 돈이 어디서 나왔고,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는 어디인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대구시 특별감사는 검찰 수사결과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검찰 수사 결과와 대구시 감사결과에 따라 조치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희망원의 혁신적 운영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희망원대책위는 탈시설 및 자립생활, 희망원 시설폐쇄 및 기능전환 등을 대구시에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계속 희망원을 민간 위탁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희망원은 시립시설이다. 대구시는 36년간 민간위탁하면서 제대로 된 지도점검은 한 적이 없다. 그동안 거의 무풍지대였다는 반증이고 그동안 곪았는 부분이 터진 거다. 그런데 갑자기 운영재단이 위탁을 반납하니 발등에 불 떨어진 대구시가 시립임에도 또 다시 민간에게 운영권을 맡기고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수용시설을 대구시가 계속 운영하는 것은 21세기 지금시기에 너무나 봉건적인 사고다. 궁극적으로 시설을 폐쇄하고 기능전환하려면 대구시가 직접 운영주체로 나서야 한다. 위기상황에 맞는 처방이 나와야 하지, 또다시 민간위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판받은 지금의 희망원 구조를 계속 고착화시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