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대책위 생계비 연 4억 횡령 의혹 제기. 국회, 국가인권위, 대구시, 언론에 이어 검찰까지 수사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이하, 대구희망원대책위)는 10월6일 대구시립희망원의 당시 회계과장 수녀와 식자재납품업체 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중장부(2012.2~11월)를 익명 제보 받아 분석한 결과 2012년에만 생계비(주부식비)를 연간 약 4억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생계비 4억 횡령 의혹은 대구시립희망원이 작성하여 대구시청이 시의회 등에 보고한 재단 자체 감사결과(2015년 9월)인 ‘2012년 4월 ~ 2014년 6월까지 납품업체가 납품액을 부풀려 4,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환수하여 생계비로 사용’ 했다는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당시 재단감사에서는 납품업체를 고발하지 않았고, 보조금을 대구시에 반환하지도 않았다. 대구시는 이같은 사실조차 몰랐다.
따라서 대구희망원대책위는 희망원이 그동안 주장한 업체의 일방적 부당이득이 아니라 조직적 비리라고 주장하며 기능보강사업 등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희망원은 엉뚱하게도 ‘수사의뢰하여 제보자를 찾겠다’, ‘우리도 모르는 자료다’라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
생계비(주부식비) 이중장부 분석결과 2012년 약 4억 횡령, 납품업체는 특수관계로 하나의 업체
제보된 2012년 2월~11월 영유통, 참푸드와 희망원간의 이중장부를 분석할 결과, 실제 납품한 것과 청구한 납품의 차액은 315,076,282원이었다. 매월 차액은 3천만원 정도로 2012년 1월과 12월분을 추산하였을 때 3억7천만 원 이상의 차액이 발생해 연간 4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위 금액 중 허위청구를 통해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170,696,530원(허위청구)을 조작했고, 단가 및 수량을 조작하여 차액을 발생시킨 금액은 144,419,752원에 이른다. 대부분 부식재료를 허위청구하거나 단가 및 수량조작을 한 것으로 시설비리의 전형적인 형태다.
▲ 대구희망원대책위 분석자료
왼쪽에 단가와 공급가액이 비워있는 품목은 모두 허위청구에 해당된다. 납품업체인 영유통과 참푸드는 가족이 운영하는 특수관계로 참푸드는 일종의 자회사다. 이외에도 국민의당 현장조사 당시 육류를 납품한 데레사소비센터 납품 비리 문제도 도마위에 올라 있다.
10월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국정감사, 대구시 특별감사, 교구 쇄신위 발족. 그러나 시간끌기와 꼬리자르기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첫 보도는 지역 언론인 영남일보였다. H복지시설로 수차례 보도된 이후 한겨레에서 8월27일(토) 주말판 주요 뉴스로 대구시립희망원과 운영재단인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을 실명으로 첫 언급하였고, 이어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현장조사를 실시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10월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되어 전국민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곧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례적으로 3차 직권조사를 10월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했고, 대구시도 10월10일부터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천주교대구대교구는 거의 하루 간격으로 대구시립희망원 원장 명의로, 종사자 명의로 사과를 했고, 급기야 10월12일 조환길 대주교의 사과로 이어지고 ‘교구 쇄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에 앞서 대구희망원대책위는 희망원 수탁운영 주체인 천주교대구대교구에 △투명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 약속, △현직 희망원 원장 및 간부, 사건관계자에 대한 즉각적인 직무정지, △대구시에 운영권 반납과 대국민 사과문을 요구하는 공문을 정식 접수했다. 이에 대한 천주교대구대교구와 교구 쇄신위의 답변은 아직 없으며, 대주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악화된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연출만 할 뿐 아직도 문서위조는 계속되고 있다. 사건은 터졌지만, 사태 수습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멀어지고, 일반적 시설비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흘러가고 있다. 갈수록 추한 모습의 민낯을 드러낼까봐 오히려 두려울 정도다. 사과의 진정성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비자금 조성 경로와 규모 과연 드러날까?
비자금을 처음 보는 것은 희망원이 아니라 세금을 낸 국민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312명의 생활인이 사망하고 강제노동과 착취, 폭행, 부정선거, 자료파쇄 및 문서조작, 대구시 관피아와 유착 등 인권문제와 비리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연 4억 급식비리가 터졌다.
가장 가난한 이들의 밥값을 횡령한 사건은 당사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다. 종교기관에서 특히 가톨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신자 여부를 떠나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만큼 가톨릭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기여해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제보내용은 2012년이지만, 2012만 횡령했다고 보기 힘들고 대구희망원대책위가 갖고 있는 자료 등을 종합해볼 때 오래전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되며, 차명으로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현재 이 돈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어떤 공식 계좌에도 없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가장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밥값은 생존권이다.
노숙인과 장애인이 입소할 때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사망자가 많았다는 희망원, 그런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전에 그 독한 약을 먹이고, 정부 보조금인 주부식비까지 빼돌리면서 컵라면 등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한 것에 대해 희망원은 시인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성요한의 집 원장은 ‘자기들도 처음 보는 자료’라고 했다. 처음보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그러면서 죽을 사람이 희망원에서 와서 죽었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성역없는 검찰 수사를 기대한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 우리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한 줌 의혹도 없이 밝혀내길 기대한다.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시, 언론에 이어 검찰까지 희망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나섰다. 그만큼 희망원 사태는 우리 사회의 큰 파장을 주었다는 의미다.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한다.
한편, 대구시립희망원은 1958년에 설립되어 1980년부터 대구시가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수탁 계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는 희망원(노숙인재활시설), 라파엘의집(노숙인요양시설), 성요한의집(정신요양시설), 글라라의집(장애인거주시설) 4개 시설로 분화되어 1,150명(정원기준)이 거주하고 있는 전국에서 두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사회복지시설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은 2014년까지 연속6회에 걸쳐 우수시설로 선정되었고 2006년에는 최우수사회복지시설로 선정되어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