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환_우리복지시민연합 운영위원
건강보험제도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로서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와 국고보조금 등이 주 수입원이다. 현재의 대체적인 구성비는 약 84%를 국민들이 보험료로 납부하고, 나머지 16% 정도를 국고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비가 적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012년 이후 건강보험재정 흑자가 계속 누적되어 올해 연말에는 누적흑자 규모가 2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그런데 이러한 건강보험재정의 흑자 기조를 핑계로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규모를 8,000억 원 정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으로서 회계연도 수지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매년도 재정이 적자가 나는 것도 안 되지만, 이렇게 흑자 기조를 매년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즉,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를 깎아주든지 보험급여 기준을 확대하는 조치를 통한 지출을 확대하여 국민들이 건강보험을 좀 더 싼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야했다. 그러한 정책의 실질적인 추진주체는 정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를 핑계로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겠다고 발빠르게 나선 것이다. 이만하면 정부의 뻔뻔함이 경탄스러울 정도이다.
건강보험재정 흑자에 묵묵히 기여해온 국민들은 뒷전이고 정부의 부담만 줄이려한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국고지원금을 축소하기 위하여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흑자 기조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왔고 보험급여 확대에 주저해왔다는 주장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료가 적정한지, 보험급여의 수준은 미흡하지 않은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의 지름길일 것이다.
건강보험료는 건강한가?' 에 대한 물음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는 2002년 10조 6,466억 원에서 2012년 35조 8,585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3.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GDP는 179.66% 상승하였으니 국민들이 부담한 건강보험료가 국민총생산의 2배 정도를 부담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더 부담한 만큼 건강보험 혜택이 늘었어야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오히려 뒷걸음 쳤다. 건강보험 급여 수준을 나타내는 보장성 지표는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난 이후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2009년 65.0%이던 것이 2012년 62.5%로 후퇴하였고, 이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패배주의 사고방식이 건강보험을 병들게 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주인은 국민들이다. 재정의 86%를 부담하고 있는 우리들이 주인이기에 우리들이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깨어있어야 한다.
출처 : 함께하는 세상 2016년 10월호 통권 229호
